안성 70대 일가족 3명 둔기피살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02분


44억여원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70대 노부부 등 3명이 둔기에 맞아 살해되고 고교생 손자가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오후 10시50분경 경기 안성시 공도읍 송두리 염모씨(76·안과의사) 집에서 염씨와 부인 윤모씨(70), 염씨의 처형(76)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10시45분경 서울에 사는 염씨의 셋째아들(39·회사원)이 “아버지께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고 신고해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사건 발생 장소는 염씨가 운영하던 안과병원 2층의 30평가량 되는 가정집으로 발견 당시 염씨와 부인은 2층 손자방, 처형은 손자방 앞 복도에서 각각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방 안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부러진 야구방망이 1개가 발견됐다.

염씨는 3년 전 병원을 폐업해 진료는 하지 않고 부인 및 손자(19·평택 S고교 3년)와 함께 살아왔으며 서울에 사는 처형은 며칠 전에 다니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염씨의 손자는 이날 오후 7시25분경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 1명에게 머리 등을 난타당해 중상을 입고 서울 한양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손자는 경찰에서 “오후 6시경 평택시장 근처에 있는데 ‘할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는 한 남자의 전화를 받고 그 남자의 승용차로 학교에서 30분 거리인 안성시 원곡면 C가든 인근 공터까지 간 뒤 둔기로 머리 등을 맞아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오전 10시30분경 염씨의 부탁을 받은 인근 농협 직원 2명이 염씨의 계좌에서 현금 3억원을 인출해 종이상자에 1억8000만원과 1억2000만원을 나눠 담아 염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집안 금고에는 현금 1700만원을 포함해 엔화, 달러, 금괴 등 모두 40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현금 3억원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염씨가 이달 초 경기지방공사로부터 공도지구 택지개발보상금으로 44억9800만원을 받은 점 등으로 미뤄 염씨의 집안 사정을 잘 아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손자를 폭행한 키 175㎝에 스포츠형 머리를 한 30대 중반의 남자를 찾는 한편 염씨 가족을 상대로 원한 및 재산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염씨의 큰아들(47)은 95년 부인과 이혼했고 최근 오산의 모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작은아들(44·안과의사)은 서울에 살고 있다.

안성〓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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