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도지사의 쌀사랑 11년…연구자료 공공단체 기증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41분


“벼농사는 정직을 가르칩니다. 농부가 땀을 쏟은 만큼 낱알은 영글기 때문입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낙향해 다수확 고품질의 쌀 개발에 몰두해온 김재식(金在植·80·전남 장성군 장성읍·사진) 전 전남도지사가 그동안 모아온 쌀에 관한 모든 자료를 공공단체에 기증키로 했다.

11년째 농민들에게 선진 농사기법을 전수해온 김 전 지사는 최근 전남도와 전남대 농대, 농협전남지역본부 등에 편지를 보내 “이 나라 쌀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뜻에서 그동안 모은 쌀에 관한 모든 자료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팔순의 나이라 이제 자신이 ‘은퇴’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서였다. 김 전 지사는 이중 한 곳을 골라 자료를 기증할 방침이다.

김 전 지사가 모은 각종 자료는 ‘한국농업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올해 초 김 전 지사가 집 앞뜰에 세운 일종의 쌀 박물관인 ‘쌀의 집’에는 일본에서 들여와 우리 풍토에 맞게 개량해 보급한 슈퍼쌀 ‘천명’을 비롯해 고품질의 ‘한눈에 반한 쌀’, ‘신의 쌀’ 등 32종의 벼와 종자가 전시돼 있다.

이 중 전남 해남군 옥천농협에서 판매하는 ‘한눈에 반한 쌀’은 지금까지 180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일본 농사전문 월간지 ‘현대농업’ 150여권과 국내 발간 농업 서적 300여권, 1992년 4월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온 10권의 ‘영농일기’ 등은 그의 농사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농림부 수산국장, 수협중앙회장, 수산청장을 거쳐 69년부터 4년간 전남도지사를 지낸 그는 10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뒤 92년 고향으로 내려와 6000여평의 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장성〓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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