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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3일 2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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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로 시작하는 가수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이 히트곡은 대이작도를 배경으로 1967년 제작된 ‘섬 마을 선생’(감독 김기덕)이란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의 하나로 꼽힌다.
60년대 후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서울에서 온 총각선생님과 섬 처녀의 수채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함께 신지식인과 구세대 사이의 갈등을 다뤘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오영일(총각 선생분), 문희(섬 처녀분), 안은숙(총각선생 약혼녀분), 김희갑 등이 출연했다.
35년이 지난 지금 대이작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가면 도착하는 대이작도. 400여m 앞에는 소이작도가 있다.
영화를 촬영 당시에는 300여명의 주민이 있었지만 상당수가 도시로 나가 지금은 130여명만 남아 어업 농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부두에서 내리면 ‘문희 소나무’가 맞는다. 부두에서 마을 쪽으로 300여m 떨어져 있는 이 소나무는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다. 배우 문희가 이 소나무에 기대서서 선생님이 타고 떠나는 배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마을 입구에는 전교생이 고작 11명인 ‘인천남부초등학교 이작 분교’가 있지만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다. 영화의 주 무대는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10여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계남분교’. 60년대 중반 개교해 92년 문을 닫은 이 학교의 500여평 남짓한 부지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현재 칡넝쿨과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돼 있다. 목재마루로 바닥이 깔린 학교 건물과 아궁이를 갖춘 교사 사택 등 2동의 건물이 남아 있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목장불 해수욕장’이 있다. 선생님을 짝사랑하던 섬처녀와 도시에서 온 선생님 약혼녀가 함께 거닐던 해변이다.
대이작도 주민 대부분은 영화 촬영 당시 엑스트라로 출연해 부둣가에서 손을 흔드는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에 계남분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주민 강태영씨(54)는 “일당 20원을 받고 몇 차례 영화 촬영에 응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빙그레 웃었다.
당시 이 학교 학생들도 모두 엑스트라로 출연을 했다. 마을 폭력배에게 맞은 총각 선생님에게 약을 발라주는 역을 했던 김병관씨(47)는 당시 4학년이었다.
옹진군은 학교 앞에 바닷가가 펼쳐져 있는 데다 옛 영화촬영지라는 역사적 가치도 높아 대이작도를 관광코스로 만들 계획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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