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봉사하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

  • 입력 2002년 10월 28일 20시 00분


60대 노인들이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10월 한 달간 매주 주말마다 농촌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어 화제다.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1000여명 규모의 ‘농활단’은 26, 27일 전국 10개 구군 60개 마을을 방문해 벼베기, 농기계 수리, 건물 보수, 의료봉사 등의 활동을 벌였다.

이정욱씨(67) 등 60대 노인 8명도 2, 3명씩 짝을 이뤄 전북 김제시의 여러 농촌마을에서 땅콩까기, 벼베기, 볏가마 나르기 등으로 농민들의 일손을 덜어주었다.

이들 노인은 ‘좋은 생각을 하는 어른들의 모임’(회장 홍동선·약칭 좋은 어른·032-517-0147)의 회원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무임금으로 이틀 동안 하루 12시간씩 중노동을 하는 ‘근성’을 보여주었다.

이씨는 “농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고 아침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기도 했다”며 “힘이 조금 부치긴 했지만 농활에 참가한 회원 모두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좋은 어른’ 소속 회원 60여명 중 지금까지 모두 20여명이 농활에 참여했다.

이들은 농활 외에도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1월 인천시가 마을버스를 시내버스로 전환한 뒤 일반 요금을 400원에서 600원으로 올리려하자 이씨 등이 반대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시민 2만명의 서명을 받아냈고 이에 인천시가 결국 인상 방침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노인들은 “노인들도 힘을 보태 생활 속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보자”며 본격적으로 뭉쳤다. 4월 좋은 어른이라는 단체를 정식 발족했고 이후 매달 한차례의 정례회의와 등산모임을 갖고 있다.

정례모임에서는 시민단체에서 활동중인 변호사, 의사, 한의사 등을 초빙해 법률 및 건강강좌를 듣고 또 시민단체 간부들로부터 인천시 현안에 대해 설명 듣기도 한다.

이들은 의정감시활동에도 열성이다. 2∼4명씩 조를 짠 회원들은 현안이 있는 인천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시의원들의 발언록을 꼼꼼히 적고 있다.

7월 인천시의회가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파행운영을 거듭할 때 이들은 인천시의회 앞에서 ‘개 시위’에 나섰다. 또 당시 인천시 정무부시장 내정자가 도덕성 논란을 빚자 임명 반대운동을 벌여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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