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간부급 4명 연예기획사서 돈받아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17분


서울지검 강력부(노상균·魯相均 부장검사)는 20일 국세청 간부 4명이 연예기획사에서 세무조사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연예기획사 에이스타스 대표 백남수씨(구속)에게서 “현 국세청 유학근(柳鶴根) 감사관과 과장급 간부 송모씨, 서울지역 세무서장 위모씨, 지방의 세무서장 김모씨 등 4명에게 500만∼10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국세청 간부는 2000년 말부터 서울지방국세청 특별세무조사팀에 소속돼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특별세무조사를 벌였으며 지난해 초 백씨에게서 현금이 담긴 화장품 세트를 받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은 당시 에이스타스를 상대로 연예인들의 광고 출연료에 대한 세금 납부와 관련해 조사를 벌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 등 4명 모두 에이스타스에 대한 세무조사가 끝나고 3, 4개월이 지난 뒤 돈을 받았고 백씨는 돈을 전달하면서 세금 감면 등의 구체적인 청탁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달된 돈의 대가관계가 분명치 않고 지난달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국세청 간부들이 백씨에게 돈을 돌려준 점 등을 감안해 조만간 형사처벌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에 적발된 간부들은 지난해와 올해 인사이동으로 모두 서울지방국세청을 떠나 자리를 옮겼으며 최근 이 사건이 문제가 돼 김씨는 보직 해임됐고 나머지 세 사람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유 감사관은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으로 한국일보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반의 최고책임자였으며 송씨는 당시 조사1국 과장으로 일하다 청와대로 파견근무를 나간 뒤 올 초 복귀했으나 아직 보직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한편 국세청 김갑순(金甲純) 공보관은 “유 감사관 등이 돈을 받은 시점은 조사가 끝난 이후이고 검찰 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세무조사와 관련한 대가성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길진균기자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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