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군인정신…김영곤대위 고립노인 구하려다 실종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알겠습니다. 저희가 구조하겠습니다.”

1일 오전 2시경 육군 철벽비룡부대 6중대장 김영곤(金英坤·29·사진) 대위가 침수지역인 강원 강릉시 강문동 강문교 부근에서 마을회관에 고립된 노인 부부를 구하려다 급류에 실종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목격자 김종석씨(30·강릉시 강문동)는 이날 오전 1시경 자신이 운영하는 여관 종업원 박금동씨(67)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전신마비인 남편과 마을회관에 대피했는데 물이 차올라 책상 위에 올라앉아 있어요. 119로 연락해도 오지 않으니 제발 도와줘요.”

김씨는 현장 부근으로 달려가 도와줄 사람을 찾던 중 마침 인근 강문교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김 대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 대위는 강릉 오봉댐의 붕괴 위기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자 부하 장병 50여명을 인근 안전장소로 대피시킨 뒤 지나가는 차량마다 “돌아가라”며 통제하고 있었다.

김 대위는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강문교의 난간을 붙잡고 10여m 떨어진 마을회관으로 조심조심 전진하다 급류에 중심을 잃고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박씨 부부는 나중에 이 소식을 듣고 “우리 늙은이 때문에 젊은 군인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며 가슴 아파했다.

김 대위는 일반 사병으로 입대한 뒤 97년 “군인이 천직”이라며 장교를 지원해 간부사관 2기로 임관했다. 가족으로 부인과 4세된 딸을 두고 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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