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실향민 강태원씨 270억원 KBS에 기탁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51분


16일 KBS에 270억원을 기탁한 강태원씨(83) - 사진제공 KBS
16일 KBS에 270억원을 기탁한 강태원씨(83) - 사진제공 KBS
“자식들 대학공부 시키고, 결혼시키고, 아파트 한 채 사주면 됐지 더 이상 주면 자식 미래를 망치는 거라고.”

막노동과 포목상, 버스업체 운영으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강태원(康泰元·83·경기 용인시 기흥읍)씨가 16일 현금 200억원과 경기 평택시 일대의 땅 1만6000여평 등 전재산 270억원을 KBS에 기탁했다. 그는 2001년 7월 시가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충북 청원군의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에 기증하기도 했다.

강씨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나오는 소년소녀 가장 등 불행한 이들을 보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돈 모으는 재미로 살았으나 이제는 돈을 뜻있게 쓰는 재미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평양 지주의 아들이었으나 1946년 아내와 한 살 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혼자 월남했다. 남한에서 맨손으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모을 때까지 그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강씨는 최근에는 폐가 굳는 병을 앓고 있어 인터뷰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안먹고 안자고 신용지키고 건강하면 돈이 저절로 따라온다”며 “젊었을 땐 시장에서 쉰 떡을 늘 사먹었는데 돈 좀 버니까 그것도 안 사먹게 되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산을 꽃동네에 전달했을 당시 1남4녀의 자식 가운데 일부가 반대하자 서운해하기도 했다.

“아들이 욕심이 많아. 그래서 많이 싸웠어. 그래도 내가 정당하게 번 내 돈인데 왜 자식한테 줘.”

KBS는 강씨의 기부금으로 복지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사랑의 리퀘스트’에 ‘강태원 후원금’ 코너를 설치해 방영할 예정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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