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 정상회의 10년만에 개최]농수산-에너지보조금 삭감

  • 입력 2002년 8월 15일 17시 56분


《1992년 세계환경정상회의(일명 리우회의)가 열린 뒤 10년 만에 세계 각국의 정상 등이 향후 지구환경 관련 정책의 방향을 확립하기 위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댄다. 26일부터 9월 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WSSD·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가 열리는 것이다. 이 회의는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 6만여명이 참석하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행사. 빈부격차가 환경문제의 핵심이라는 인식 아래 이번 회담에서는 후진국에 대한 선진국의 공적자금 지원 규모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WSSD 회의가 중요한 것은 리우회의와는 달리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구체적 이행 계획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1992년 열린 리우회의에서 일명 ‘리우선언’과 함께 이를 위한 실천 사항인 ‘의제21’이 발표됐지만 실제로 이를 집행할 수단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효성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런 반성에서 출발한 이번 회의에서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각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조하고 이를 담보할 이행 수단을 마련하기 때문에 합의 사항은 우리의 경제 및 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이번 회의 합의 사항 중 상당수가 국제협약으로 발전할 전망이어서 협약으로 명문화될 경우 벌칙 규정이나 무역제재 조치도 따르게 될 수 있다.

▽보조금 삭제와 농어민 타격〓날로 고갈되는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불법 과잉조업을 조장하는 수산보조금 폐지에 대한 합의가 거의 이루어진 상태. 해양수산부는 “불법 조업에 대해서는 지금도 행정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과잉조업의 범위가 불분명하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각종 명목의 수산보조금 폐지는 국내 어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또 어족자원 할당에 있어 도서 국가 및 연안 개도국의 권리를 고려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각국의 의견 접근이 이루어진 상태. 어족자원의 균등한 분배를 위해 공해상과 배타적 경제수역(EEZ)내 이동성 어족자원에 대해 개도국들이 일정한 몫을 인정받게 될 경우 원양어업에서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는 우리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에 대해서는 도하라운드의 합의 사항이 그대로 지켜질 전망이어서 장기적으로 농산물 관련 각종 국내 지원의 삭감은 불가피한 실정.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지목되는 에너지 보조금의 삭감 또는 완전 폐지도 국내 산업계에 엄청난 압력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 보호를 위한 경유 감세 조치 등도 일종의 에너지 보조금에 해당되기 때문. 반면 천연가스 등 경제성 있는 청정에너지 사용은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청정 생산과 청정 소비〓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하지 못한 소비와 생산 패턴의 변경은 환경 파괴적인 생산 및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WSSD에서는 ‘지속가능한 소비 생산을 위한 10개년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의 이행 수단은 △오염자 부담원칙 적용 △제품의 전생애(라이프 사이클)를 고려한 소비 생산 및 정책개발 △소비자 정보제공 수단 개발 △친환경 제품 선정 등이 포함된다.

환경 문제의 비용 부담과 관련, 오염자 부담원칙은 지금도 부분 적용되고 있으나 확대 적용될 경우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배출업소에 대한 배출부과금 인상의 근거가 마련된다.

대체에너지 사용비율 확대는 우리 산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게 된다. 유럽연합(EU)은 2010년까지 풍력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를 1차 에너지 공급의 15%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최대 2%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최소 5% 이상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선진국들은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수력 발전을 대체에너지에서 제외할 움직임이어서 대체에너지 사용 확대는 우리 에너지산업의 구조를 완전히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사용비율은 1% 미만으로 풍력과 태양력은 거의 없고 그나마 폐열 활용이 대부분.

▽재정 부담 증가〓이번 회의의 최대 이슈는 빈곤 퇴치 문제.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은 현재 12억명으로 추산된다. 2015년까지 절대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빈곤 퇴치를 위한 세계연대기금’ 설립의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저개발국은 선진국들이 리우회의에서 약속한대로 국민총생산(GNP)의 0.7%를 공적개발원조(ODA)로 빈곤국가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GNP의 0.05%를 ODA 자금으로 제공하고 있는 우리의 재정 부담이 현재보다 10배 이상 커질 전망이며 이는 모두 우리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환경부 고재영 국제협력관은 “보조금 폐지와 ODA자금 증가로 국민 부담이 늘게 되겠지만 시장경제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보조금은 폐지될 수밖에 없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책임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은경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도 “우리의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라고 국제사회에 자랑하면서도 환경 복지 여성 장애인 문제 등은 국제 수준에 비해 너무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WSSD 합의사항을 너무 부담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원조 기부금 상위 15개국
국가기부액 총계(단위:백만달러)GNP 대비(%)
덴마크1,6641.06
네덜란드3,0750.82
스웨덴1,8130.81
노르웨이1,2640.80
벨기에8120.36
스위스8880.34
프랑스4,2210.33
영국4,4580.31
일본13,0620.27
독일5,3040.27
오스트레일리아9950.27
캐나다1,7220.25
스페인1,3210.24
이탈리아1,3680.13
미국9,5810.10
총액53,0580.22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WSSD는…▼

WSSD는 리우회의 이후 10년 만에 열린다는 의미에서 ‘리우+10’ 회의로도 불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상회의 선언문과 행동계획 채택에 이어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지속가능발전 협력사업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현재 세대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개발을 하되 미래 세대가 사용할 환경과 자원의 훼손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정상회의 선언문은 빈곤과 환경을 파괴하는 소비, 테러, 질병 등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지목하고 △개도국에 대한 세계시장 접근 개선 △환경협약 및 관련 의정서 비준 △지속가능한 발전에 남녀 평등한 참여 등의 내용을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무총리를 수석대표로 한 25명의 정부대표단과 9명의 국회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200여명,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 등 총 360여명이 참석한다.

9월 2일 시작되는 정상회담에 앞서 26일부터 열리는 본회의에서는 건강과 생물다양성, 생태계, 농업, 정보, 소비패턴, 에너지 등의 주제별로 마지막 쟁점이 타결된다.이와 별도로 NGO포럼, 지방정부포럼, 지속가능포럼, 국회의원 회의 등이 열린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오염규제도…빈곤퇴치도…美는 다 떨떠름

이번 WSSD의 성패는 빈곤 퇴치를 위해 선진국이 비용을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와 그동안 환경 문제에 냉소적인 입장을 보여온 미국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바뀔 것인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중 빈곤 퇴치를 위한 세계연대기금의 설립 문제는 다소 이견은 있을지라도 합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 하지만 이번 회의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여전히 차가운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주룽지 중국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대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참석한다.

대통령급만 57명, 부통령 7명, 총리 40명 정도가 참석하는 회의에 ‘국제사회의 리더’를 자처해온 미국이 국무장관을 보내는 것 자체가 탐탁지 않은 심경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무엇보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배출하면서도 자국의 경제 보호를 위해 지난해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던 미국에 쏟아질 비난 때문.

미국에 이어 호주도 기후변화협약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면서 당초 올해 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교토의정서 발효 시기도 내년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빈곤 퇴치를 위한 공적자금 기부에도 미국은 소극적인 편이다. 액수만 놓고 볼 때 미국은 95억8100만달러(2000년 기준)를 기부해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기부국이지만 미국의 기부액은 국민총생산(GNP)의 0.1%에 불과하다.

그나마 1992년 GNP의 0.2%이던 기부 비율이 2000년에는 0.1%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GNP의 0.7% 이상을 빈곤국가에 내놓고 있는 나라는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등 북유럽 5개국에 국한돼 있다. 미국의 막강한 리더십에 비해 원조 금액이 적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환경 재앙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구 증가율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부시 행정부는 유엔인구계획(UNPF)에 대한 지원을 오히려 대폭 삭감하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6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마지막 준비회의에서 미합의된 사항은 거의 모두 미국의 반대 때문이었다”며 “이번 회의에서도 미국이 합의문 타결에 얼마나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인가가 회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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