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더 좋은 세상에서 백년해로 하길…”

  • 입력 2002년 8월 11일 19시 35분


결혼 적령기에 교통사고나 지병 등으로 숨진 처녀 총각의 영혼을 짝지워 주는 전통 혼례굿이 10월 전주에서 열린다.

전주산조예술제 조직위는 10월3일부터 6일까지 전북 전주시 풍남동 일대에서 열리는 산조예술제 행사의 하나로 처녀귀신과 총각귀신의 영혼을 맺어 주는 전통 혼례굿인 ‘망자 혼사굿’을 열기 위해 이달 말까지 희망자를 모집한다고 11일 밝혔다.

망자 혼사굿은 결혼 적령기의 청춘 남녀 가운데 교통사고나 익사, 지병 등 갑작스런 죽음으로 혼인도 못하고 숨진 처녀 총각의 영혼을 위해 짝을 지워주는 전통굿이다.

조직위는 친구나 친척, 가족 가운데 망자(亡者) 혼례 신청자를 모집한 뒤 궁합과 사주 등을 따져 짝을 정할 예정이지만, 신청자가 많아도 궁합 등이 맞는 망자가 한쌍도 없으면 혼례식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 혼사굿은 산 사람의 결혼식과 흡사해 죽은 사람의 모습을 허수아비로 꾸며 한복을 입히고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씌워 당골(굿을 주도하는 무당)의 사회로 1시간 가량 진행된다.

혼례를 치르기 전에 망자의 원한을 풀어주는 씻김굿과 사망 당시의 나이를 그대로 적용해 궁합을 보는 것이 산 자의 혼례와 다른 점.

혼례식이 끝나면 망자 부부는 전주 한옥생활체험관의 신방에서 새 이불과 술상 등을 갖추고 하룻밤을 보낸다.

또 가족과 하객(관람객)들은 술과 음식을 나누며 두 영혼의 행복을 비는 시간도 갖는다.

산조예술제 예술감독이자 굿 연구소장인 박흥주씨(45)는 “망자 혼사굿은 공연이 아니라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고 살아 있는 가족의 한을 풀어 주는 전통 의식”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전주 산조예술제 조직위(063-284-2131)로 하면 된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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