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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1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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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이 주는 온갖 부정적인 특혜는 결국 자녀에게 이중국적을 갖게 해주기 위해 외국에 나가 아이를 낳는 ‘원정 출산’까지 낳았다. 물론 불가피한 해외근무나 연수 유학 때문에 외국에서 출산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원정 출산’ 비난이 무서워서 아이를 낳기 위해 한국으로 나와서 애를 낳아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일리 있는 항변이다.
문제는 고의적인 ‘원정 출산’이다. 일부 부유층 가정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원정 출산’은 아이에게 미국국적을 ‘선물’로 주기 위해 행해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32·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아들은 국적이 둘이다. 4월, 임신 8개월의 부인이 미국령 괌에 가서 그곳에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원정 출산으로 2500만원이 들었지만 아들이 군에 가지 않을 수도 있고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의 유리한 점 등을 생각하면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LA타임스는 5월 말 한해 원정 출산을 위해 미국을 찾는 한국인 임산부가 무려 5000명이라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특권처럼 여겨졌던 해외 출산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여행사들은 원정 출산 희망자들을 겨냥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가는 3∼4개월짜리 패키지 여행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원정 출산을 도와주겠다는 전문 사이트까지 등장했다.지난해 6월 여행 목적으로 캐나다 밴쿠버에 가서 딸을 낳은 주부 최모씨(28·서울 서초구)는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딸을 캐나다로 조기 유학 보낼 예정이고 나중에 남편과 함께 이민 갈 계획도 세워두었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