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손가락 모두 잘린채 팔뚝에 총 올리고 응사”

  • 입력 2002년 6월 30일 01시 47분


이해영 상사가 교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신석교기자]
이해영 상사가 교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신석교기자]
29일 서해교전은 기습을 당하고도 꿋꿋이 맞선 병사들의 투혼이 빛난 전투였다.

“K2소총을 쏘던 권기현 상병은 왼손 손가락 5개가 모두 잘렸지만 팔뚝에 총을 올리고 탄창을 갈아 끼우며 싸웠습니다.”

교전에서 부상한 해군 고속정 병기장 황창규 중사(27)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가벼운 상처만 입은 자신을 책망하며 교전 상황을 전했다. 다음은 부상병들이 전하는 교전 전후 상황.

‘608’번을 단 검은색 북한 경비정은 탱크 포신만한 함포 3문을 달고 있었다. 우리 경비정은 좌현을 북한 경비정 방향으로 향해 있다 포세례를 당했다. 우리 장병들은 곧바로 대응사격을 했고 북측 사격으로 교신이 중단됐다.

배 후미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황 중사는 교전이 끝난 뒤 지휘부가 있는 함교쪽으로 달려갔다. 함교에서는 정장 윤영하(尹永夏) 대위가 등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황 중사가 인공호흡을 했으나 윤 대위는 끝내 숨을 거뒀다.

이어 황 중사는 20㎜포를 쏘고 있던 조천형(趙天衡) 하사가 불길에 휩싸여 숨진 것을 확인했다. 또 조 하사와 같이 20㎜포를 쏘던 황도현(黃道顯) 하사도 머리의 3분의1이 날아간 채 숨진 것을 목격했다.

고속정이 적 포탄에 맞아 좌현이 기울며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병사들은 비상펌프로 엔진에 붙은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고속정은 침몰하고 말았다.

황 중사와 같은 병동에 입원한 갑판장 이해영 상사(51)는 “북한 경비정이 작정을 하고 온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며 “이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부끄럽다. 다음에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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