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순아 어디갔니" 지리산 방사 반달곰 밀렵당한듯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29분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해 9월 지리산의 형제봉 인근에 방사한 새끼 반달곰 4마리 중 암컷인 ‘반순’(사진)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이 반달곰은 국내 농가에서 태어난 암수 한 쌍씩의 반달곰 중 한 마리. 지난해 10월 암컷인 ‘막내’가 자연 적응에 실패해 도로 데려온 데 이어 또다시 암컷이 사라짐에 따라 방사된 반달곰은 수컷 2마리만 남게 됐다.

연구원 측은 그동안 수컷 2마리는 함께, 암컷 한 마리는 따로 동면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최근 몸에 부착한 전파발신기 발신음을 추적해 수색 작업을 벌인 결과 낫 등 예리한 도구로 끊긴 전파발신기만 찾았다.

연구원은 이 암컷이 수컷들과는 따로 떨어져 생활해 왔으며 행동 반경이 500m로 수컷(2∼3㎞)에 비해 좁아 지난 겨울 추위와 30㎝가 넘는 눈 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원 김원명 박사는 “숨지거나 탈진한 반달곰을 발견한 누군가가 전파발신기를 끊어 버리고 웅담 채취를 위해 사체를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밀렵에 의해 희생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암컷이 사라짐에 따라 지리산에는 수컷 2마리만 남게 됐으며 이들이 현재 지리산에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5마리 정도의 야생곰과 교배하지 못할 경우 멸종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방사한 반달곰 2마리와 기존 야생곰의 보호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반달가슴곰 복원계획’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또 기존 야생 곰의 보호를 위해 출입통제구역을 현재의 106㎢에서 159㎢로 50%가량 확대하고 현재 5마리로 추정되는 반달곰의 개체수를 2011년까지 50마리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예산 확보에 나섰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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