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천수만 ‘철새 낙원’ 만든다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16분


‘언제든지 오셔서 곡식을 드세요. 건강을 위해 농약은 덜 사용하겠습니다. 행여 먹을거리를 못 챙겼을 경우에 대비해 곡식을 좀 남겨놓기도 하겠습니다.’

인간이 철새에게 이런 배려를 한다면 철새는 그야말로 배를 두드리며 ‘태평성대’를 구가할 것이다. 실제로 이런 ‘철새 낙원’이 추진되고 있다.

충남도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서산시의 천수만 철새도래지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생물다양성 관리계약제’를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97년 도입된 이 제도는 멸종위기 등의 동식물 보호를 위해 토지 소유자 등과 경작방식을 변경하거나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계약을 맺는 제도로 올부터 경남 창원시의 주남저수지 등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지만 본격 시행되기는 이번이 처음.

충남도는 천수만 철새도래지 주변 330㏊의 농지 소유주들과 계약을 맺어 벼농사에 농약 사용을 자제하고 철새들이 곡식을 먹더라도 쫓지 않으며 추수가 끝나더라도 낱알 등을 많이 남겨놓도록 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영농 손실비 6억4000여만원은 국비와 지방비로 보전해 준다.

이 제도의 도입은 천수만 주변의 농지가 점차 현대건설에서 개인 소유로 넘어가면서 관리가 보다 철저해져 철새들이 굶주릴 우려가 커졌기 때문. 현대건설이 경작할 때에는 완전 기계경작이어서 추수가 끝나도 논에 곡식 낱알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도는 이와 함께 현대건설의 철새도래지 주변 하상정비가 모래섬과 갈대밭을 없애 서식환경을 해친다고 보고 억제를 요청하는 한편 내년부터 2007년까지 연차적으로 천수만을 생태공원화하기로 하고 철새생태공원과 철새학습관 조류탐조대 등을 만들기로 했다.

서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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