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美 ‘인텔 중고생 국제科技경진대회’ 39개국 1200명 경쟁

  • 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29분


진지한 설명 - 박민혁기자
진지한 설명 - 박민혁기자
‘과학교육은 재미있고 즐겁게.’

12∼17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는 어렵고 따분할 수 있는 과학을 학생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과학은 즐거운 학문’이란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와 끈질긴 연구의 성과물들이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는 미국의 과학진흥 비영리재단 ‘사이언스 서비스’가 주관하고 ‘인텔’이 후원하는 행사로 대회규모나 참가자 수준 등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 각 지역을 돌며 매년 열리는 ‘인텔 ISEF’는 전세계 39개국에서 온 1200여명의 쟁쟁한 중고교생들이 컴퓨터공학, 환경공학, 기술공학 등 15개 분야에서 경쟁을 벌였다.

▽과학은 창의력〓인텔의 웬디 호킨스 교육담당관(52·여)은 “21세기는 과학이 국가의 경쟁력과 경제력을 좌우하고 전체 직업 중 60%가 과학기술을 필요로 한다”며 “과학교육은 창의력을 키워주고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과학에 재미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회의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창의력’.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로 작품을 구상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과학적 논리’가 중요하다. 심사위원들은 참가한 학생들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과학적 논리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대회 참가자의 절반 정도는 각종 상을 받는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공공기관에서 주는 특별상에서부터 본상 대상까지 900여종이나 되고 상금도 제법 많다.

박영기군

한국 대표로 참가한 박영기(朴永起·16·경남과학고 2년)군은 컴퓨터 공학분야에서 3등상과 특별상을 받았다. 박군이 출품한 ‘기존의 IDA스타 알고리즘의 문제 해결법’은 인공지능분야에서 기본적인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찾아 입증한 작품이다. 컴퓨터의 속도와 메모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도 이공계 기피현상〓칼린 엘리스 인텔사 부사장(55·여)은 “학생들의 이공계 진출 기피현상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없고 과학을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문으로 알고 멀리하는 학생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이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교생 앨리슨 모리스(15)는 “학교에서 과학을 좋아한다고 하면 친구들이 공부벌레라고 따돌린다”며 “특히 과학이나 수학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이 없어 과학교육이 제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인텔 연구원인 재닛 해리슨(36·여)은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여성들의 이공계 진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여학생 참가비율이 46%로 남학생과 비슷하고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학생 비율이 지난해 14%에서 30%로 증가해 대회 개최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 기업 과학진흥에 앞장〓인텔은 과학교육에 창의력과 재미를 주기 위해 교육분야의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든 교육분야에 연간 1600억여원을 투자하고 있다.

인텔은 ISEF 외에도 학생들의 학습 향상을 위해 교사 재교육과 소외계층을 위한 과학교육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교사 재교육은 학교 현장에 방치돼 있는 컴퓨터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선 교사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하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 25개국 30여만명의 교사들이 이를 통해 컴퓨터를 실제 수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인텔은 과학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해 미국 등 전 세계 8개국에서 ‘컴퓨터 클럽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빈민가에 위치하는 클럽하우스는 50여평 규모에 10여대의 컴퓨터와 관련 장비들을 설치해 학생들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도교수로 참가한 한국과학기술원 배두환(裵斗煥) 교수는 “이공계 기피는 미국도 겪고 있는 현상이지만 미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과학에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여러 행사들을 개최하고 학생들이 외국의 각종 대회를 접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스 인텔 부사장

▼엘리스 인텔 부사장 인터뷰▼

“과학자나 수학자들도 운동선수나 연예인처럼 많은 돈을 벌고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어린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인텔의 칼린 엘리스 부사장은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가 수학 과학을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문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과학의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스 부사장은 미국 조지아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컴퓨터 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80년 인텔에 입사했다.

그는 각종 미국 경제잡지에 ‘성공적인 여성 기업인’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등으로 선정되면서 99년 부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미국 학생들도 능력 있고 운동도 잘하는 사람들의 삶을 동경합니다. 공부만 하는 이공계 종사자들을 ‘긱(geek)’이라고 부르며 이공계 진출을 꺼리는 현상이 있어요. 재미없이 연구에만 매달려야 하는 삶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따분해 보일 수 있지요.”

엘리스 부사장은 “미국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있는데 이는 단순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들이 과학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정부나 기업들이 산학협동 등을 통해 이공계를 지원함으로써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학생들이 과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교육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ISEF도 그 중의 하나로 단순한 경진대회가 아니라 전 세계 학생들의 과학 축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공계 선택을 기피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삶을 선택하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수학이 너무 즐거웠고 수학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입니다. 어릴 때부터 과학을 즐기면서 재능과 적성을 계발한다면 그만큼 당신의 ‘상품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루이빌(미국)〓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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