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검찰무력화 기도했나…"강압수사" 의혹 증폭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46분


청와대 행정관과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지인(知人)이 검찰 조사 도중 병원으로 실려간 홍업씨의 대학동기 유진걸(柳進杰)씨에게 ‘강압수사’ 진술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만일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가 검찰수사 무력화를 시도한 것일 수도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거짓증언 종용 논란〓청와대 박종이 행정관과 홍업씨 지인인 최영식(崔泳植·민주당 법률구조자문단 부단장) 변호사가 유씨에게 “검찰에서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말해 달라”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의 시각과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현섭(金賢燮) 대통령민정비서관은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된 사안이어서 사실 확인 차원에서 박 행정관을 보냈지만 거짓 폭로를 유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입원한 뒤 변호사가 강압수사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알아보라고 간부들이 지시해 내부적으로 조사했으나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박 행정관은 병원 방문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일부 언론이 지난주 확인 취재에 들어가자 “유진걸씨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들이 유씨를 찾아간 정황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최 변호사는 20일 일부 언론을 통해 “유씨가 강압수사를 받았다며 병원 방문을 요청해 찾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 가족과 변호인은 “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적이 없으며 이번 수사가 강압수사라고 말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혹과 전망〓거짓증언 종용 의혹은 뚜렷한 물증 없이 당사자들의 주장만 있기 때문에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검찰도 “청와대와 검찰 등 관계기관이 마찰을 빚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이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씨 측이 박 행정관 등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홍업씨 비리 수사 과정에서 이 테이프가 또 다른 사건을 촉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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