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교육부 ´이랬다 저랬다´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46분


코멘트
28일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전교조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교조가 휴일인 26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조합원 교사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불평등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 결의대회’를 개최하려는 데 대해 교육부가 ‘불법집회’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0일 전교조에 공문을 보내 “세계가 주목하는 월드컵 개최를 목전에 두고 불법집회를 개최할 경우 한국의 위상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교육부는 “교원노조법이 단체행동을 금지하고 있고 결의대회가 국가공무원법상의 집단행동 금지 의무 규정에 위배된다”며 “집회 참가 교사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교육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집회는 근로자의 복지 후생 향상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불법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해마다 열렸던 전교조 창립기념 행사에 대해 교육부가 올해 갑자기 문제를 삼는 데 대해 “무원칙하다”는 지적이 많다. 평일의 교사 연가투쟁과 달리 휴일이어서 사실 수업에 지장도 없고 이미 경찰에 집회신고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0년 5월에는 당시 문용린(文龍鱗) 교육부장관이 전교조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까지 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의 대응 방식을 따진다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때가 때이지 않으냐”며 군색하게 답변했다.

전교조가 평일에 연가투쟁을 여러 차례 벌일 때마다 교육부는 ‘엄중 처벌’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태가 지나고 나면 흐지부지 묻어버린 경우가 많아 이번 교육부 경고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 정부가 원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데 따른 결과이다.

월드컵은 분명 국가적인 행사이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전교조도 이번 집회 때문에 한국이 외국인의 눈에 ‘불법이 판치는 나라’로 비치지 않도록 평화적인 집회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인철기자 사회1부 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