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H3 귀국작전]홍걸씨 귀국 알고도 연막

  • 입력 2002년 5월 14일 22시 20분


“김홍걸(金弘傑)씨는 오늘 밤 귀국했다. 청와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14일 오후 8시25분경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때는 이미 홍걸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였다.

청와대 측이 언론을 철저히 따돌리고 ‘H3(홍걸씨) 귀국 작전’을 성공리에 마친 뒤에야 박 수석을 통해 짤막한 발표를 한 것이다. 박 수석은 이 같은 ‘깜짝쇼’ 연출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그 이상은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다”고만 말한 뒤 발길을 돌렸다.

그 직전까지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홍걸씨의 행방에 대해 “나는 모른다. 확인해줄 위치에 있지 않다”고 잡아뗐다. 일부 방송에서 홍걸씨가 일본에 도착했다는 소식까지 긴급뉴스로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철저히 거짓말로 일관했다.

이날 오후 검찰이 홍걸씨의 검찰 출두 일시를 ‘15일 오후’로 통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박지원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제히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관계자는 “검찰이 또다시 소환문제를 놓고 장난치려는 것 아니냐”고 흥분하기도 했다.

이미 홍걸씨가 귀국 비행기에 올라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는 시점인데도 청와대는 ‘연막’까지 피운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뒤늦게 “홍걸씨의 귀국은 철저한 보안 때문에 비서실장을 비롯한 극소수만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언론의 취재경쟁으로 인해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 문제라고 해서 청와대가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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