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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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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취업 외국인근로자 실태는 한일월드컵대회와 맞물려 인권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어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국가 차원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14일 노동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 산업연수생이 처음 들어온 94년 이후 사업장을 무단이탈하면서 생기고 있는 불법취업 외국인근로자 수는 최근 한 달에 5000명 정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은 현행 산업연수제도를 개선하면서 단속을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정경제부와 노동부 등은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이 나서 외국인 합법취업 방안에 관해 산자부와 노동부 등 관련 부처간 의견조율에 나섰지만 6개월이 되도록 논의는 원점을 맴돌고 있다. 2000년에도 노동부가 고용허가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부처간 대립으로 흐지부지됐다.
산자부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임금이 오를 수밖에 없어 1명당 연간 357만원의 부담이 추가된다는 중소기업계의 주장을 반영해 외국인 합법취업안을 거부하고 노동부는 산업연수제도로는 불법취업자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며 여론전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산업연수제도를 ‘연수 2년+취업 1년’에서 ‘연수 1년+취업 2년’으로 부분 개선하는 데 그쳤다. 이 와중에 불법취업 외국인근로자들은 국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정부가 임금체불 등 고용주의 불법행위를 감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노동부 측의 입장이다.
주 5일 근무제도 2000년 5월 노사정위원회에 근로시간단축특위가 설치되면서 협상이 시작됐지만 산자부와 노동부가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을 정리해 주지 못하고 양측의 대변자로 기능하면서 합의 도출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 2월 말 발생했던 3개 공공노조의 파업도 각 공기업 노사는 파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가 공기업의 내부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부처간 조정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崔榮起) 부원장은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96년에 처음 제기됐지만 그동안 관련 부처가 책임 떠미루기 식의 논의만 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요한 노동 현안을 국민 입장에서 정리하는 것이 아주 절실하다”고 말했다.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