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온·오프라인 누비는 학생기자들

  • 입력 2002년 5월 6일 21시 28분


며칠전 중간고사를 마친 이새별양(경기 부천북고·2학년)은 요즘 유난히 마음이 급하다. 시험 때문에 그동안 미뤄뒀던 기사거리를 취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이 겹쳤다고 해서 마감 시간을 넘기는 건 용서가 안돼요.”

토요일인 4일에는 ‘복사골예술제’ 개막식을 취재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느라 저녁 늦게까지 시청 일대를 돌아 다녔다.

새별이는 매달 25일을 전후해 발간되는 부천지역 청소년신문 ‘터’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자신 외에 10명 남짓한 학생기자가 있지만 편집회의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에 ‘누가 대신 하겠지’하며 미룰 수도 없다.

하지만 새별이는 오히려 이런 긴장감을 즐긴다.

“공부하랴 취재하랴 늘 시간이 모자라요. 가끔 취재현장에서 푸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해 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에요.”

현재 인천과 부천지역에서 새별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학생기자들은 줄잡아 200여명. 이들이 취재보도하는 내용은 학교생활은 물론 사회, 경제, 시사 등 매우 다양하다.

부천지역에는 ‘터’ 외에 ‘딩가딩’ ‘만화쪽지’가 대표적인 청소년신문이다. ‘중딩’과 ‘고딩’의 줄임말인 ‘딩가딩’은 수화, 힙합 등 20여개 동아리가 가입돼 있는 청소년 전용 인터넷 웹사이트로 6명의 기자 외에도 회원이면 누구나 소식을 올릴 수 있다.

‘만화쪽지’는 10여명의 학생기자들이 만드는 만화 전문 신문. 최근에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업체가 주최한 만화 공모전에서 수상자를 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천지역에는 ‘MOO’와 ‘청소년 푸른쉼터’, ‘밥’(BOP)이 유명하다.

웹매거진인 ‘MOO’는 ‘우리 학교 선생님’ ‘우리가 쓰는 컬럼’ 등 특색있는 코너와 ‘자격증을 따자’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실어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청소년 푸른쉼터’와 ‘밥’은 매달 1만부 가량이 발간되고 있다. 특히 ‘밥’은 서울, 청주, 광주, 대전 등 타지역에서도 그 지역 학생들이 똑같은 스타일로 ‘지역판’을 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다소 서툰 솜씨지만 40여명의 초등학생 기자들이 만들어 가는 ‘인천어린이신문’에는 맑고 순수한 동심을 통해 본 세상이 담겨 있다.

그동안 교내 서클 차원에 머물렀던 학생기자들의 활동이 이처럼 활성화된 것은 2000년을 전후한 인터넷 보급과 관련이 깊다는 게 청소년 매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웹매거진(web magazine)이 많이 생겨나면서 기존 인쇄매체보다 기자의 자격제한이나 기사 작성과 송고 절차 등이 크게 간소화됐다는 것. 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히고 세상을 보다 넓게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학교나 청소년공부방 도서관 등에 무료로 배포된다. 청소년신문은 배너광고 등을 유치해 수지를 맞춰나간다.

‘터’ 기자단 지도를 맡고 있는 곽병권씨는 “최근 대부분의 청소년 매체들이 ‘기자학교’ 등 사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유로운 토론문화를 접할 수 있어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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