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씨, 수백억대 1년새 집중대출 '이용호게이트'유입 가능성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55분


‘이용호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돼 특검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김영준(金榮俊)씨가 실제 소유주인 대양상호신용금고에서 수백억원이 불법 대출된 사실이 5일 드러나자 이 자금의 흐름과 사용처 등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2000년 12월 대양금고 주식의 37%를 70억원에 사들여 이 금고를 인수해 S상고 동창인 유지일씨를 사장으로 내세운 뒤 불과 1년 만에 수백억원을 불법 대출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이 돈이 흘러 들어간 곳이나 사용처는 밝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검찰 측은 이번 불법 대출 사건이 이용호 게이트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김씨가 대출을 지시하고 △수백억원대의 자금이 불과 1년 사이에 인출된 점 △김씨가 이용호 게이트의 공범인 사실 등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이용호 게이트로 자금이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씨가 지난달 15일 특검팀에 검거되기 전 정관계 로비내용 등이 담긴 서류와 회계장부를 빼돌린 사실 등도 이번 불법대출 사건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검찰의 이번 수사에서 김씨는 대양금고를 철저히 사금고처럼 활용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Em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자신의 동서인 권영준씨를 통해 불법 대출한 72억원은 코스닥 상장기업인 이티아이를 인수하는 데 사용했으며 여신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담보나 실적이 없는 업체에 거액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특히 300여억원을 대출받은 김천수씨와 김씨와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이번 사건의 성격을 규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천수씨는 명동 사채시장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9월 해외로 출국한 뒤 잠적한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또 “불법 대출금은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 소재 대양금고는 수신고 5000억원, 자본금 618억원의 국내 5위권인 신용금고로 알려져 있다. 경기 남부지역에 6개의 지점을 갖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예금 대량 인출사태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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