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 김홍업씨 측근에 수사중단 청탁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10분


출두 - 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출두 - 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지난해 9월 초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수사 초기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측근인 김성환씨(51)에게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가 돈을 받은 사실을 신 총장에게 알려 수사가 중단되게 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5일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날 보물 발굴 사업과 관련해 이형택씨를 엄익준(嚴翼駿·사망)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연결해준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한 뒤 이날 오후 10시경 귀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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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이 전 수석을 상대로 보물매장 가능성을 인정하는 국정원 보고서 내용과 다르게 해명한 경위, 보물발굴 프로젝트 계획서를 건네받아 이를 다른 고위층에 전달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김성환씨는 특검 조사에서 “부탁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신 총장에게 알리거나 수사 중단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이형택씨가 김성환씨에게 부탁한 경위와 배경 등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사 당시 신 총장이 수사팀의 공식 보고에 앞서 신승환씨가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에 비춰 신 총장이 김성환씨를 통해 이를 알았거나 수사중단 요청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 관계자는 “이형택씨의 부탁이 김성환씨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신 전 총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형택씨가 최근 조사에서 ‘지난해 9월 초 신승환씨가 이용호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 사실을 김성환씨에게 전해주며 신승남 총장을 만나 알려주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특검팀은 김성환씨 진술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보고 조만간 김성환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특히 이형택씨가 김성환씨에게 부탁한 경위 등에 비춰 김성환씨가 평소 신 전 총장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었거나 교류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신 전 총장에 대해 외부 압력 또는 청탁 의혹에 대한 보강 조사를 거쳐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김홍업씨 측은 이에 대해 “이용호씨와 일면식이 없고 소개받은 적도 없으며 그 어떤 의혹과 게이트에도 관련된 사실이 없다”며 “이형택씨 수사 문제와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김성환씨가 청탁을 하고 다녔다면 우리를 팔고 다닌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성환씨는 김홍업씨와 고교 및 ROTC 동기로 개인 사업을 하고 있으며 신 전 총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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