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형택씨 배후 지원여권 핵심인사 추적

  • 입력 2002년 1월 25일 17시 18분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2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추진한 보물 발굴사업에 국가정보원과 해군 수뇌부가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씨에게 도움을 준 배후인물을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2000년 1월경 당시 국정원 국방보좌관(육군 소장)이 엄익준(嚴翼駿·작고) 국정원 2차장의 지시로 이수용(李秀勇) 해군참모총장을 찾아가 보물탐사용 장비와 병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청와대 등 여권 핵심인사가 이형택씨와 엄 전 차장을 연결시켜줬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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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또 이형택씨가 2000년 8월경 시가 2억2000만원이던 토지를 이용호씨에게 2억8000만원에 팔아 6000만원의 차익을 남긴 사실을 확인하고 보물 발굴사업과의 대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검찰 수사팀은 두 사람의 부동산 거래를 확인했으나 부동산 보유 기간이 길고 대가 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은 이형택씨를 이번주 중 소환할 계획이었으나 새롭게 드러난 의혹들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해 소환 시기를 다음주로 늦추기로 했다.

특검팀은 또 25일 김형윤(金亨允·구속) 전 국정원 경제단장을 불러 엄 전 차장과 김은성(金銀星·구속) 당시 국정원 2차장 등이 이형택씨의 요청을 받고 보물 발굴사업 착수를 지시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특검팀은 당시 천용택(千容宅) 국정원장도 보물 발굴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전 D금고 소유주 김영준(金榮俊·구속)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모여대 김모 교수(41·여)를 24일 밤 임의동행 형식으로 소환해 조사했으나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25일 새벽 돌려보냈다. 특검팀은 “지금으로서는 김 교수를 다시 부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검찰조사와 관련, “모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데 사업 차원에서 이 회사 사장 등과 함께 지난해 6∼7월 김영준씨를 처음 만났고 이후 8월1일경 한번 더 만났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검에서는 김씨와 몇번 만났는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등에 대해서만 조사받았으며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산업은행과 한빛은행 채권팀 관계자들을 불러 보물 탐사 당시 물막이 공사를 한 신화건설의 220억원 채권의 만기를 연장한 경위를 조사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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