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목장의 종마들]개인 놀이터서 놀며 '귀하신 몸' 대우

  • 입력 2002년 1월 3일 17시 15분


국내산 경주마 보급의 ‘전진기지’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한국마사회 산하 ‘원당종마(種馬)목장’.

이곳에 있는 종마 5필은 어느 때보다 더 힘차게 임오(壬午)년 말띠해를 맞았다.

한때 트랙에서 기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경마팬들의 환호를 받았던 말들이지만 이제는 현역에서 은퇴해 자신보다 더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종마 역할을 하고 있다.

마리당 5억∼10억원을 호가하는 이들 종마의 생활과 건강관리법 등을 알아본다.

▽일과〓종마들은 통상 오전 6시반경이면 잠에서 깨어난다. 곧바로 보리, 옥수수 등이 포함된 고급 사료를 아침으로 먹는다.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사료양은 4∼5㎏.

5마리가 모두 별도의 마방(馬房)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식사도 언제나 홀로 한다.

식사가 끝나면 2시간 동안 모래 운동장에서 가볍게 몸을 푼다. 마리당 500여평씩의 운동장을 차지하고 각각 운동한다.

운동이 끝나면 조련사가 30여분에 걸쳐 솔질을 해준다. 이때 건강 상태와 외상이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후 마리당 2000여평씩의 초지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는데 현재는 눈이 쌓여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초지로 내보내지 않고 있다. 또 함께 섞어놓으면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심하게 싸우기 때문에 울타리를 쳐 마주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해가 지면 종마들은 마방으로 돌아와 조련사로부터 건강 상태를 점검받은 뒤 잠자리에 든다. 식사는 수시로 먹는 건초와 하루 세 번 공급되는 고급 사료가 전부.

▽교배〓이들의 임무인 교배는 말의 발정기인 3∼6월에 이루어진다. 전국 각지에서 우수한 경주마 종자를 받으려는 암말 소유주들이 연말경 마사회에 신청하면 연초에 교배 일정이 확정된다.

한 마리가 ‘교배시즌’ 때 접하는 암말은 60마리 가량. 수정이 안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교배 횟수는 100회에 이른다.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교배가 이루어진다. 수정 이후 정상 출산되는 확률은 70%로 알려져 있다. 한 마리의 종마가 생산하는 새끼는 연간 40마리 정도다.

▽건강관리〓교배시즌에는 종마의 체력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에 조련사들의 관심과 걱정도 커진다. 그렇다고 사람처럼 특별한 보양식을 공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타민과 미네랄 등 원기를 북돋우는 영양소를 주사 등으로 공급해주고 체력 관리를 위한 운동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워낙 많은 암말을 접하기 때문에 성병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을 하고 교배 전후로 암말과 종마 모두 성병 검사를 한다.

▽가는 길〓총 11만평의 부지에 힘차게 뛰노는 말들을 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과 연결되는 일산선 삼송역에서 내리면 마을버스가 다닌다.

자가용으로는 서울 은평구 구파발에서 경기 고양시 경계를 지나 한양골프장 못 미쳐 농협대학쪽으로 우회전하면 이정표가 보인다. 연중 무료로 일반에 공개된다.

진입로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031-966-2998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한화, 일산에 회원제 승마장 짓기로 ▼

경기 고양시 일산구 문봉동에 올 연말 승마장이 문을 열 예정이어서 원당종마목장과 함께 ‘말(馬)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문봉동 일대 3만9000여㎡에 승마장을 짓기로 하고 최근 고양시의 국토이용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다.

한화 측은 이 승마장에 15∼30마리 정도의 말을 사육하며 회원제 유료 승마클럽을 만들 계획이다.

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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