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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5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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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씨는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과 전 국정원 경제과장 정성홍(丁聖弘)씨에게 로비 자금을 건넬 때 처음에는 현금으로, 그 다음에는 10만원짜리 수표로 전달했다.
수사팀은 처음 전달된 자금이 로비용이고 나중의 돈은 ‘확인용 자금’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진씨는 지난해 4월 초 MCI코리아 계열사의 불법 행위가 적발되자 4월 말 정씨에게 현금 5000만원을 주었다. 이어 7월 말에는 10만원짜리 수표 500장을 추가로 전달해 로비를 마무리하기 위해 관계 당국의 추적이 가능한 수표를 사용한 흔적이 엿보인다.
진씨가 지난해 4월 말 김 전 차장에게 전해달라며 현금 2억원을 정 전 과장에게 준 뒤 8월 말 다시 수표 5000만원을 작은 쇼핑백에 넣어 전달한 것도 마찬가지.
현금을 전달할 때 주로 주위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호텔 주차장과 부피를 조절할 수 있는 여행용 가방을 이용한 것도 특징의 하나.
지난해 5월 민주당 당료 최택곤(崔澤坤)씨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네줄 때나 정 전 과장에게 2억원을 줄 때에 이런 방식이 동원됐다.
진씨가 최씨에게 달러를 준 것도 특이한 대목. 최씨에게 전달된 1억5900만원 가운데 약 3900만원은 달러였다.
수사 관계자들은 “부피가 비교적 큰 양주 상자에 미화 100달러짜리 지폐를 가득 넣으면 우리돈으로 1억원이 된다”며 “IMF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고 가치가 큰 외화가 안전한 뇌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 이후 최근 검찰에서 ‘입’을 열기 시작한 진씨는 “모든 것이 무상하고 허탈하다”며 속 빈 강정류의 스낵을 자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