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전 차관 소환되던 날]"또 선배조사" 검찰 충격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6시 59분


일선 검사들은 19일 아침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에 들어서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 전 차관은 검찰 내 최고 수사 사령탑인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옷로비 의혹 사건 등 대형 비리사건의 수사를 총지휘했다. 지난해 1월에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영전 , 권력의 핵심에서 사정(司正)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직무를 맡기도 했다.

그러던 신 전 차관이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검사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입이 있어도 별로 할 말이 없다” 며 “이번 일로 검찰총장 탄핵 위기를 겨우 넘긴 검찰이 또 다시 국민의 불신 속에 참담하게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 말했다.

일부 검사들은 검찰 선배의 부적절한 처신을 화제에 올렸다.

최택곤(崔澤坤)씨가 준 돈이 진씨의 돈인 줄 모르고 받았다고 하더라도 막강한 지위에 오른 신 전 차관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 때문에 현 정권의 도덕성은 물론 검찰의 위상에도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칼을 너무 좋아하다 보면 칼에 베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 사건” 이라며 “어느 정권도 검찰 출신 인사를 잘못 기용하거나 검찰력을 부당하게 사용하면 비슷한 결과를 보게될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엄정 수사를 다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말로만 여야불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겠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이런 의지를 국민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다” 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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