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 의혹 불거지면 너도나도 "음모"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9시 12분


‘진승현 게이트’의 특징은 관련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모두 ‘피해자’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향하는 의혹을 ‘음모’라고 몰아치면서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를 만큼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음모론을 제기한 사람은 정성홍(丁聖弘) 전 국가정보원 경제과장. 그는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자 “이번 사건은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과 나를 제거하기 위한 합작품”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한때 ‘국정원 내 고위간부’ 및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측근 J씨’를 음모의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어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차관에게 로비자금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택곤(崔澤坤·민주당 당료 출신)씨는 “김 전 차장이 자신에게 의혹이 쏠리자 꾸며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 후 정치권엔 “‘진승현 리스트’를 김 전 차장이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신 전 차관 역시 “누군가 나를 음해하기 위해 꾸민 것”이라며 음모론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차장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누군가’는 김 전 차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씨로부터 구명 요청을 받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도 이 사실이 보도되자 “수세에 몰린 특정집단의 물귀신 작전”이라고 말했다. 김 부이사장의 한 측근은 “우리를 ‘몸통’이라고 하는데 ‘몸통’은 따로 있다. 50%의 팩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종 설이 끊이지 않는 김 의원 측도 계속 “누군가 나를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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