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나도는 陳리스트]

  • 입력 2001년 12월 14일 22시 59분


진승현(陳承鉉)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인 ‘진승현 리스트’의 일부 내용이 확인되면서 정치권에는 리스트에 포함된 또 다른 사람들의 신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14일 진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정치권 인사는 허인회(許仁會) 민주당 동대문을지구당위원장 한 사람뿐이다.

그러나 진씨가 벤처기업인이었다는 점에서 국회 유관 상임위인 재경위와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도 인사 치레나 후원금 명목으로 돈이 건네졌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최근 들어 검찰과 여의도 정가에선 해당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의 이니셜이 구체적으로 나돌아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또 허 위원장과 진씨가 같은 대학 동문이고, 진씨로부터 돈을 받아 허 위원장에게 건넨 김진호(金辰浩) 한국토지공사 사장과 진씨의 아버지가 같은 고교 동문인 것으로 미뤄볼 때 진씨 부자와 학연이 있는 다른 정치인에게도 총선 자금이 지원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작년 총선이 실시된 4월 전후에는 진씨가 금감위나 검찰로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 전이어서 특별한 청탁 없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인사에게도 상당한 금액이 지원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허 위원장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개최한 지구당 후원회에서 진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영수증을 첨부해 선관위에 신고하는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후원금이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허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3월22일 열린 지구당 후원회장에 진씨가 나타나 “대학 후배다. 도와드리겠다”고 말하고 돌아간 뒤 후원회 회장인 김진호 사장을 통해 법인의 후원금 한도액인 5000만원을 보내왔다는 것.

허 위원장은 “나는 그가 낸 돈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1만원권 현금을 김 후원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며 “그해 4월4일 통장에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후배인 데다 잘나가는 벤처기업가라고 신분을 밝혔고, 법적 한도 내에서 합법적으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후원금은 진씨의 위법 행위를 구명하는 활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이의 대가로 어떤 요구나 청탁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진호 사장은 진씨와의 구체적인 관계를 밝히지 않은 상태. 토지공사 관계자들은 “사장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15일 중 회사에서 진씨와의 관계 등에 대해 밝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하튼 김 사장은 진씨와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 때문에 작년 12월 진씨가 검찰 수사를 받을 때도 금품 수수 여부에 대해 1차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정연욱·윤종구기자>jwy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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