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택곤씨 로비자금 수수 시인…수뢰說 검찰수사 급물살

  • 입력 2001년 12월 14일 06시 06분


신광옥(辛光玉)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13일 검찰에 출두한 최택곤(崔澤坤)씨의 ‘로비자금 수수’ 사실 시인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가 신 차관을 만나 최씨를 통해 돈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진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신 차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시절 진씨가 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진씨와 신 차관의 ‘특별한’ 관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금명간 신 차관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여 수사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진씨의 ‘돈 전달 확신’ 진술〓검찰은 13일 진씨에게서 “지난해 5월 이후 두 차례 이상 신 차관을 만나 대화를 했고 실제 돈이 전달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진씨가 최씨에게 돈을 줬다는 시점은 지난해 4월. 따라서 그 뒤에 신 차관을 만나서 얘기 해본 결과 실제 최씨가 ‘배달 사고’를 내지 않고 돈을 제대로 전달한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진씨와 신 차관이 만났다는 서울의 P호텔을 조사한 결과 진씨의 이 같은 진술을 뒷받침할 확실한 정황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의 행적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최씨는 자신을 향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직후인 9일 외국으로 빠져나가려다 출국을 제지당했다.

검찰은 또 “최씨가 출두하기 전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며 구명운동을 벌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죄 없는 사람이 굳이 구명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이 최씨가 출두하기 직전 “최씨를 소환 조사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한 배경도 이런 진술과 정황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진씨에 대한 사직동팀의 조사〓진씨가 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은 시점은 지난해 1월. 조사는 같은 해 5월 종결됐고 보고서도 만들어졌다.

당시 사직동팀은 당초 진씨가 권력 핵심부의 친인척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월 사직동팀이 수사를 종결하며 제출한 보고서에는 진씨가 건실한 벤처기업가며 비리 혐의는 사실 무근이라는 조사 결과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최씨를 통해 신 차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씨의 진술과 사직동팀의 조사 결과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신 차관이 당시 사직동팀을 지휘하는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직동팀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 차관이 학연 등의 이유로 진씨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을 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택곤씨 조사〓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로비자금 수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최씨를 상대로 신 차관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4일 중으로 최씨에 대한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한 뒤 곧바로 신 차관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남은 걸림돌은 신 차관이 진씨를 위한 로비의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점.

그러나 검찰은 “어떤 예단도 없지만 결과를 지켜봐 달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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