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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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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장을 둘러싼 의혹은 ‘동방금고 대주주 정현준(鄭炫埈)씨측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는 것과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 수사 당시 부하직원에게 자기돈 1000만원을 주고 검찰 수사상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당사자의 진술을 검찰이 직접 확보한 내용이다.
일선 검사들은 “이 정도면 벌써 소환 조사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 전 차장에 대해서만은 “소환하더라도 충분히 조사한 다음에 하겠다”며 3주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물론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누구든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원칙대로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오히려 김 전 차장의 혐의를 해명하는데 주력하고 있어 또 다른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지검 고위관계자는 ‘1000만원 수수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는 데다 어차피 그를 소환해서 돈이 간 것을 확인하더라도 ‘떡값’이라고 주장하면 처벌하기 힘든 만큼 소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1000만원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동아일보가 그렇게 보도했지 검찰은 어떤 것도 확인해 준 바 없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가고 있다.
이같은 수사팀의 기류는 전 국정원 경제과장 정성홍(丁聖弘)씨가 진씨로부터 로비자금 1억46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스스로 밝혀낸 성과와는 대조적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침묵도 눈에 띄는 대목. 한나라당은 그동안 검찰의 ‘어물쩍 수사’ 징후만 나타나도 연일 성명을 발표하며 공세를 폈지만 이번엔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전 차장이 야당에 ‘보험’을 들어뒀거나 야당도 진씨가 뿌렸을지 모르는 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김 전 차장 앞에서 주저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각종 게이트의 핵심이자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