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아파트촌 르포]난개발에 갇힌 덕소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41분


《한강이 바라다보이고 서울과 인접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일대가 지나친 난개발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거리에는 보행자를 위한 인도도 없어 온종일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인구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학교는 신설되지 않아 한 초등학교는 컨테이너 박스와 조립식 가건물을 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남양주시의 난개발은 지역 내에서 준농림지로 지정돼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와부읍 덕소리, 도곡리 일대에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에는 96년 이후 지금까지 9500여가구가 입주했고 내년에는 23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내년 신규분양 물량도 3000가구 규모로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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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한강변을 따라 나 있는 6번 국도를 따라 서울에서 춘천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왼쪽으로 덕소리 일대가 나타난다.

서울쪽에서 덕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도로 오른편으로 나 있는 램프를 따라 왕복 2차로에 불과한 지하차도를 지나야 한다. 비포장 도로와 다름없는 노면포장 상태가 한눈에 드러난다.

덕소 삼거리에 이르면 양편으로 불법주차된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고 노점상과 점포에서 내놓은 물건들로 보행자들은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실태〓덕소리 구시가지 쪽에 있는 덕소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에는 컨테이너 박스 4개가 자리잡고 있다. 컨테이너 창문에는 ‘과학실’ ‘준비실’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 컨테이너 박스는 2년 전까지 일반 교실로도 사용되었다. 70학급 3000여명의 어린이들이 재학중인 이 학교는 3층 본관건물 위로도 8채의 조립식 가건물이 서 있다. 교실은 부족하고 학교는 신설되지 않다 보니 급하게 가건물을 지은 것.

내년에 교육청 예산으로 초등학교 한 곳과 중학교 한 곳이 덕소에 문을 열 예정이지만 워낙 인구밀도가 높아 초등학교의 경우 경기도 평균목표치인 학급당 40명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청은 추가로 초등학교 신설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지만 땅값 상승을 노린 지주들이 매각에 잘 응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출근 시간인 오전 7시부터는 아파트 입구∼덕소삼거리∼6번국도에 이르는 전 구간이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96년 첫 입주 이후 9500여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왔지만 도로가 신설되지 않아 구 시가지의 왕복 2차로 도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불법주차 차량, 보행자와 뒤엉키기 때문이다.

주민 편의시설과 대중교통도 턱없이 부족하다.

덕소 일대에는 변변한 유통업체 한 곳도 없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 셔틀버스가 운행 중단된 이후에는 쇼핑을 위해서는 인근 구리나 서울의 잠실까지 나가야 하기 때문에 쇼핑도 큰맘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 됐다. 병원급 의료시설은 물론 영화관조차 없다.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잠실까지 나갈 경우 시내버스를 타면 하남시를 거쳐 최소 1시간이나 걸린다. 배차간격이 길고 우회노선이라 강변역과 상봉동까지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주부 안정자씨(49)는 “남편과 학생인 두 자녀 모두 서울에서 주로 생활하는 데 대중교통이 불편해 직장과 학교생활에도 차질이 있다”며 “쾌적한 환경과 서울 인접성 때문에 이사왔지만 실상이 달라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金榮熙) 남양주시장은 “이미 시가지가 조성된 상태라 새로운 도로개설 등이 쉽지 않지만 도로와 인도, 대중교통망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매년 예산을 투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무계획이 난개발 불렀다〓건설업체들이 90년대 중반부터 개별적으로 준농림지를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남양주시측이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덕소 일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이 난개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아파트가 대거 건축되는데도 자치단체는 가만히 앉아서 세수(稅收)만 챙겼을 뿐 필요한 도시계획은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양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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