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지金 사건' 은폐-수사 중단압력 규명 초점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국가정보원의 ‘수지 김 살해사건’ 은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국정원의 경찰수사 중단 압력과 87년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의 은폐 왜곡 등 두가지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경찰수사 중단 압력과 관련,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의 방문이 있고 난 뒤 경찰이 당초 세웠던 수사계획을 철회하고 수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들은 국정원의 수사 중단 ‘요청’ 내지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의 수사력은 국정원 직원들이 직권을 남용해 수사를 중단시켰는지에 모아질 전망이다.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의무가 아닌 일을 시키거나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적용되는 직권남용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와 별도로 국정원법은 직권남용죄를 지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지 김 살해사건’이 대공(對共)수사와 관련된 측면이 있고 국정원이 경찰에 대해 대공수사 지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사 중단 지시가 정당했다는 해명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수지 김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태식(尹泰植)씨의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에서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또 수사의뢰된 국정원 직원 4명 외에 다른 고위직 간부가 수사중단 과정에 개입했는지, 전현직 국정원 및 안기부 직원들이 87년 사건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윤씨의 뒤를 봐줬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87년 1월 사건이 은폐 왜곡된 경위를 밝히는 조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국정원의 협조가 관건이다.

안기부 관련자들의 개입 정도와 사건 처리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면 당시 기록과 관련자들의 신원 파악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87년 1월 안기부에 수지 김 살해 사실을 고백했다”는 윤씨의 진술 외에는 안기부가 사건의 실상을 알고도 외면했다는 다른 증거는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강제수사는 할 수 없으므로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을 경우 진상 규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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