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택시기사는 '봉'인가

  • 입력 2001년 11월 20일 23시 41분


부산시는 96년말 ‘하나로 교통카드’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카드 한 장이면 지하철과 시내버스, 택시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교통요금 결제시스템.

당시 시의 행정개선명령에 의해 운전기사 한명이 106만원을 부담해 7200여대의 개인택시마다 단말기(카드리드기)를 설치했다. 이 단말기는 당시 문정수(文正秀) 부산시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던 K사가 설치업자였다. 하지만 설치이후무용지물이되고 말았다.

단말기를 이용하려면 ‘하나로 교통카드’ 대신 최소한 5만원 이상을 보충한 ‘하나로 전자지갑’을 따로 가져야 하는 불편에다 보급도 제대로 안돼 이용자들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 택시기사들은 99년부터 이 단말기를 뜯어내기 시작했고 시와 개인택시조합에 보전대책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이런 불신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최근 시와 개인택시조합이 또다시 택시정보화사업(TIP)을 실시한다며 참여를 요구하자 택시기사들은 “우리가 봉이냐”며 반발했다.

TIP사업은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택시에다 종합단말기를 달아 5개국 동시통역과 각종 카드로 요금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 시는 20일 세계 처음으로 도입되는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12월까지 1만3000여대의 개인택시에 종합단말기를 설치하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 하나로 교통카드 단말기를 설치했던 개인택시에 대해서는 보전차원에서 200여만원이 넘는 단말기를 무료로 달아주고 나머지 택시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비용만 부담시킬 계획이라는 것. 그러나 택시기사들은 “동시통역료는 어떻게 부담시킬 것이며, 운영비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말’도 없이 누굴 믿고 이 단말기를 달겠느냐”고 반신반의 하고 있다.

시는 ‘세계 처음’ ‘국내 최초’라는 홍보보다 택시행정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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