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환고속도 연말착공 차질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서울시가 교통난 해소를 위해 당초 올해 말 착공해 2007년 완공할 계획이던 총연장 36.2㎞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강서구 염창동∼강남구 수서동) 건설사업이 예정구간 주민들과 서울대측의 반대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 도로 건설과 관련된 민원이 속출하고 있어 착공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 도로 예정구간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환경 파괴를 우려해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고 서울대는 대학 정문 앞에 이 도로의 관악 인터체인지(IC)가 들어서면 면학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며 IC 설치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업 계획〓서울시는 94년부터 강남지역 도로와 올림픽대로, 남부순환도로 등의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강남권을 동서로 관통하는 도시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해왔다. 3년간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97년 말부터 기본 설계에 들어가 지난해 6월 노선을 최종 확정했다. 당초 공사는 연말 전 구간에서 동시에 착수해 2007년경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 도로는 남북구간 11.9㎞, 동서구간 22.9㎞, 제2성산대교 구간 1.4㎞ 등 3구간으로 나눠 건설될 예정. 남북구간은 제2성산대교 남단에서 광명까지로 염창, 목동, 신정, 구일, 가산, 광명 등 6개 IC가 설치된다.

또 동서구간은 소하에서 수서까지 건설되며 소하, 관악, 사당, 선암, 수서IC를 통해 기존 경인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 등과 연결된다. 총 공사비는 2조600억원.

▽주민 등 반발〓‘관악산을 지키기 위한 강남도시고속도로 건설 반대위원회’ 등 관악구에 있는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20일 오후 1시10분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이 도로 건설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 도로가 관악산 우면산 대모산 등 강남지역 3개 산을 관통하기 때문에 ‘생태축’이 파괴될 가능성이 많다”며 “도로 건설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예정구간 일부 주민들은 또 “특정 구간의 경우 아파트 5층 높이로 고가도로가 설치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서울시가 도로 건설을 강행할 경우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 몰려가 실력 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의 반대〓이기준(李基俊) 서울대총장은 19일 오후 고건(高建) 서울시장을 만나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관악IC를 서울대 앞에 설치하려는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총장은 “대학 정문 반경 200m 지점에 IC가 생길 경우 소음과 교통혼잡, 환경훼손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며 “면학 분위기와 대학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견해〓서울시는 주민 등의 사업 백지화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주민공청회와 노선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음이나 사생활 보호 문제 등에 대해서는 착공 시기를 다소 늦춰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서울시 관계자는 “강남지역에 유입되는 하루 교통량은 강북지역의 3배 이상”이라며 “특히 동서로 이동하는 차량이 많은 만큼 도로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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