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화 위협 수사 소홀… 3명 사상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22분


경찰이 방화 위협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대처를 소홀히 해 실제로 가정집에서 불이 나 어린이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화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오전 0시5분경 광주 광산구 송정동 김모씨(38) 집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안방에서 잠자던 김씨의 둘째아들(8·초등학교 1년)이 숨지고 큰아들(10·초등학교 2년)과 막내딸(6)이 중화상을 입었다. 다방을 경영하는 김씨 부부는 불이 날 당시 집에 없었다.

경찰은 사건 전날 20대 초반의 남자 3명이 김씨 집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르려다 미수에 그쳤고 김씨 집 대문에 “오늘밤을 조심하라. 자식들을 죽이겠다”는 문구가 적힌 점으로 미뤄 원한에 의한 방화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 부부는 경찰의 초동수사 소홀로 자식들이 변을 당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씨의 부인 조모씨(30)는 “14일 오후 10시 반경 대문에 색연필로 협박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파출소에 신고했으나 출동한 직원이 ‘경범죄 사안밖에 안 된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 조씨는 “15일에도 경찰에 협박문구 얘기를 하고 추가 범행이 우려되니 잠복근무를 서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분풀이용 방화사건으로 보기 힘들었고 김씨 부부가 정식으로 신변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추가범행을 막지 못해 살인까지 이어진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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