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구박한 남편에 위자료 1억5000만원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20분


부모간의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어머니편을 들면서 “시아버지를 돌본다”는 이유로 아내를 구박한 남편이 이혼 및 거액의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99년 중소기업 사장인 A씨(39)와 결혼한 B씨(31·여)는 시댁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시부모가 10년이 넘도록 각방을 쓰며 싸움을 계속하는 등 극심한 불화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백억원대 자산을 소유한 어머니를 편들어온 남편 A씨는 B씨에게 “시아버지에게 인사도 하지 말고 방에도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고 이후 B씨가 시아버지의 잔심부름을 했다는 이유로 크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또 B씨가 이후 집을 나가 회사에 묵고 있던 시아버지에게 출산한 아들을 보여주고 왔다는 이유로 B씨를 친정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A씨가 퇴근 후 어머니 방에 머물며 B씨를 외면하거나 아예 어머니 방에서 자는 경우도 많아졌다. 시부모의 갈등 때문에 부부 사이마저 멀어지자 B씨는 분가를 제의했지만 “어머니 곁을 떠날 수 없으니 차라리 이혼하자”는 A씨의 차가운 답변에 결국 지난해 6월 이혼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황정규·黃正奎 부장판사)는 7일 “B씨는 A씨와 이혼하고 A씨는 위자료로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버지와 싸우고 부모사이도 악화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힘들어하는 아내를 쫓아냈으므로 혼인관계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다”며 “A씨는 B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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