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의혹' 1심 판결]‘최초 보고서’ 유출 경로는 못밝혀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42분


‘옷로비 의혹 사건’과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 사건’의 당사자인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과 박주선(朴柱宣·현 민주당 의원)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일부 무죄와 집행유예 등 비교적 관대한 결과로 끝났다.

▼수사기록 은폐등은 확인▼

그러나 사직동팀 보고서의 존재와 유출, 수사기록 은폐 등은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검찰의 공소내용 가운데 사실관계는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법률적으로 일부 무죄로 판결이 났지만 은폐 축소 논란을 빚은 사직동팀 보고서 사건의 ‘진실’은 모두 인정됐다”고 말했다.

▽최초보고서의 존재와 유출 경위〓이 사건의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피고인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은 최초의 옷로비 사건 내사 보고서, 이른바 ‘사직동팀 최초보고서’가 어떤 경로로 작성돼 누구를 통해 김 전 총장에게 건네졌느냐는 것이었다. 99년 10월 최종보고서가 공개됐을 당시 최종보고서가 최초보고서와 내용이 상당 부분 달라 누군가 최초보고서 내용을 바꿨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범죄의 증명 없다”▼

검찰은 당시 사직동팀 수사관들의 진술을 근거로 박 전 비서관이 최종보고서는 물론 최초보고서도 김 전 총장에게 유출했다고 결론짓고 기소했다.

그러나 박 전 비서관은 이를 부인했고 김 전 총장도 “박 전 비서관은 아니다”며 부인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초보고서를 줬다는 사람과 받았다는 사람 모두 부인하는 상황에서 사직동팀 수사관들의 진술만 가지고는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 전 비서관이 당시 최광식 조사과장에게서 최초보고서 문건 4개를 모두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박 전 비서관은 보고를 구두로 받은 일은 있지만 보고서를 받은 일은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최종보고서 유출 부분에 대해서는 김 전 총장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박 전 비서관의 경우 사건 당사자인 김 전 총장에게 ‘통상의 업무’ 차원에서 건네줬고 김 전 총장은 신동아그룹 관계자에게 유출했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이다.

▽옷로비 사건의 실체〓재판부는 공소사실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옷로비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고가의 옷을 구입한 사실이 없는데도 배정숙(裵貞淑)씨가 이형자(李馨子)씨에게 옷값을 대신 내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고, 이씨는 이를 연씨 등이 의도한 것이라고 오해하고 소문을 퍼뜨린 데서 옷로비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배정숙씨가 무리한 요구”▼

이 같은 견해는 옷로비 사건에 관한 특별검사 및 지난해 11월 같은 서울지법의 위증사건 판결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같은 견해의 근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 전 장관과 박 전 비서관이 재판 직후 항소 의사를 밝히고 검찰도 유죄를 더 입증하겠다는 의사를 비쳐 옷로비 의혹 사건은 항소심에서 공방이 이어지게 됐다. 박 전 비서관은 판결 직후 “이 사건이 검찰의 왜곡수사와 옷로비를 둘러싼 과장된 정치공방 때문에 만들어진 것임이 여실히드러났다”고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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