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산 '이면도로 주차장' 반발 봇물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9시 12분


경기 고양시가 일산신도시의 불법주차와 안전사고 등을 예방한다며 중심가 이면도로에 주차구획선을 만들고 유료노상주차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론수렴 과정이나 기존 시설 활용방안 마련 등의 사전 준비가 부족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주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실태〓고양시는 이달 들어 일산신도시의 중심 상권인 그랜드백화점 뒤편과 뉴코아백화점 뒤편 등 중앙로 이면도로에 1400여대분의 주차구획선을 만들었다.

구획선이 그어진 지점은 상가가 밀집돼 있어 하루종일 불법주차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 올 7월에는 멋대로 세워진 차량 사이로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시는 이달 중으로 유료주차장을 운영할 민간사업자를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한 뒤 연말경부터 30분당 500∼900원의 주차료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일산신도시의 등록 차량은 8만여대이고 주차면적은 12만대여서 전체적으로 보면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전체 주차면적 중 아파트 주차공간이 60%를 차지하고 있어 아파트단지를 제외한 지역에서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은 4만8000여대분에 불과해 도심 등은 주차난이 심각한 실정이다.

▽주민 반발〓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유료주차장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나 시민들 대부분은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주차장 설치지점 선정과 불법주차 단속강화 방안, 기존 주차타워 활용방안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산구청과 직선거리로 200여m 떨어진 D호텔 건물 앞 이면도로는 도로 양옆은 물론 중앙선까지 차를 세울 정도로 불법주차가 극심하지만 유료주차장 대상지역에서 제외돼 있다. 유료화 지점 부근의 상가 주인들은 “손님들이 벌써부터 주차 단속도 하지 않고 비용도 들지 않는 다른 상가와 비교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점 선정을 놓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신도시 내 15개의 주차전용빌딩 업주들은 민원 발생을 우려한 고양시가 불법주차 단속에 소홀해 주차장은 텅 비었지만 불법주차는 판을 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 업주는 특히 주차타워 인근에 노상주차장을 신설한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기존 시설도 활용하지 못하면서 시가 수입만 올리려는 처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고양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김미영씨(35·여)는 “선정된 지점에 주차하려다 보면 뒤차량의 진행을 막아 정체의 원인이 되고 기존 주차타워의 활용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며 “주차공간도 좁아 운전자와 보행자가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여전히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 대책〓고양시는 23일 고양지역사회정책개발연구소 주최로 열린 주차문제 토론회에서 연말까지 불법주차 견인업무를 민간에 위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신도시에 2대뿐인 견인차량이 10대로 대폭 늘어나 단속이 강화된다. 또 현재 그어놓은 1400여대분의 유료 주차구획선 외에 1000여대분의 구획선을 상가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더 만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주차구획선이 그어진 이면도로 이외 불법 주차는 민간위탁을 통해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며 “한번에 일산 전체에 구획선을 긋지 못했으나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형평성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