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 40억 사기사건]전무 연루 조직적 은폐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39분


신용보증기금 손용문 전무의 사기어음단 연루의혹과 관련, 가장 석연찮은 것이 신보 내부의 사후 처리방식. 신보측은 본보가 취재에 나선 이후 일관되게 “손전무 연루설은 처음 듣는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첫 보도가 나간 후 이종성 이사장은 “고위직의 연루흔적이 발견된 것은 틀림없지만 하위직과는 다른 만큼 보강조사가 필요하다”고 한발짝 물러났다.

▽신보의 조직적 은폐의혹〓9월 신보측은 어음사기단 9명과 관련자 28명을 각각 서울지검에 고소, 수사의뢰했지만 부실보증에 전화로 개입한 손전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 이사장은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직접 특명팀을 꾸려 1차 검찰 수사의뢰대상에서 제외된 인사들을 조사, 2주 내에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신보 관계자는 “이사장이 별도의 조사팀을 가동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으며 전례도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추적해온 이완구 의원(자민련)측은 “감사원의 후속감사에서 손전무 의혹부분은 빠져있었다는 담당자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손전무 연루의혹은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를 통해서만 규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지검이 이 사건을 수사 중.

▽손전무의 행태〓손전무의 내압 의혹은 감사 결과보고서 곳곳에 드러나 있는 ‘전화청탁’이 말해준다. N통상의 경우를 보면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증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하위 실무자가 난색을 표할 경우 해당 실무자와 직접 전화접촉해 다단계로 청탁하는 스타일. 이 업체는 1년도 안돼 부도처리됐다.

과거 대출비리사건 등을 보면 직장내 직속상사인 임원이 하위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증서 발급 등을 요구하면 ‘직권남용’으로 간주된다.

손전무는 소관부처인 재정경제부내에선 마당발로 알려진 인물. 이 같은 인맥관리를 위해 보증 청탁 해결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신보 직원들은 보고 있다.

워낙 청탁이 잦다보니 신보 직원들이 붙인 손전무의 별명은 ‘오더(order)손’이었다. 그의 ‘오더 사례’는 한빛은행 관악지점 불법대출사건과 관련, 이운영 신보 영동지점장에 대한 검찰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손전무가 이지점장에게 “(정권 실세의 친척이 운영하는) 아크월드에 보증서주라”고 두 차례에 걸쳐 전화한 것으로 밝혀냈다.

주변인들은 “손전무가 평시 정권의 또다른 실세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박래정·김승련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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