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등장인물’]지연-학연-혈연 총망라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27분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 회장과 예금보험공사 이형택(李亨澤) 전무, 허남석(許南錫) 총경 및 사촌동생 허옥석(許玉錫)씨, 그리고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

이용호씨 로비의혹 사건의 주요 ‘등장인물’인 이들 사이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이씨 로비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학연과 지연, 혈연, 직장 선후배 등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정보와 자금거래를 해온 사실이 일부 밝혀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의 관계가 단선적인 것이 아니고 입체적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 검찰 내에서도 이들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면 의혹 투성이인 이씨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입체적 유기적으로 연결▼

▽보물선 탐사, 주가조작 둘러싼 정보 루트〓이씨 금융비리의 핵심은 보물선(금괴운반선) 인양사업을 빙자해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주가를 조작,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일.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그 ‘연원’이 국정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국정원이 지난해 1월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일제시대 금괴를 싣고 가다 침몰한 배의 탐사작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 보물선 정보는 예보의 이 전무가 허옥석씨를 통해 이씨에게 전달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 전무는 그 정보를 처음에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씨 로비의혹 사건에 등장하는 김 전 단장의 역할이나 비중으로 미뤄볼 때 김 전 단장이 정보의 전달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심도 든다. 만일 그렇다면 이 사건의 ‘그림’이 완성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무나 김 전 단장 모두 이 시나리오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형택과 허옥석, 그리고 이용호〓허옥석씨는 대검 중수부의 이씨 로비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다가 검찰에 파견 나온 경찰관에게 50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된 인물.

허씨는 99년부터 2년반 동안 동양오리온투신증권 계약직 투자상담사로 있으면서 우체국 예금 1조6347억원을 예치하고 성과급으로 16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금융계에서는 ‘평범한 계약직 상담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 의원은 이 전무와의 연루의혹을 제기했다. 허씨가 동화은행에 근무할 때 이 전무와 같은 지점에서 근무했으며 이 전무가 허씨를 통해 이씨에게 보물선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 전무는 대통령의 처조카로 동화은행 영업부장으로 재직하던 97년 신한국당에 의해 이른바 ‘DJ 비자금 관리자’로 지목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사실무근이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박했다.

▼노출되지 않는 ‘배역’…더 있들듯▼

▽김형윤과 이용호, 허옥석〓이들은 모두 광주상고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사업상으로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씨는 이씨에게 보물선 정보제공 통로 역할을 했고 사촌형으로 하여금 이씨의 계열사 주식에 투자하도록 했다. 김 전 단장도 이씨와 단순한 선후배 이상의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검찰도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갖고 유착관계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아직 노출되지 않은 ‘주요 배역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핵심 인사들은 이미 해외로 출국한 상태. 수사팀은 이를 두고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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