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장장 원지동 확정…서초구청-주민 강력 반발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34분


서울의 제2시립화장장 부지가 서초구 원지동 76 일대로 최종 확정됐다.

고건(高建) 서울시장은 9일 시청 태평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모공원건립추진협의회가 복수 추천한 화장장 후보지 중 1번으로 추천된 원지동 76 일대(일명 개나리골) 4만9000평을 제2시립화장장의 부지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 시장은 “원지동이 접근성, 주변지역 여건 등 6개 분야의 18개 평가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얻어 후보지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 IC에서 800m 떨어진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원지동 부지는 지목이 전답과 임야로 구성된 개발제한구역이다.

부지 확정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99년 5월 추모공원 건립기증 의향서를 제출한 ㈜SK는 400억원을 투입해 2004년까지 최첨단 화장로 20기(基), 5만위(位)의 납골당 등을 갖춘 시설 공사를 끝낸 뒤 서울시에 넘길 예정이다. 이 시설의 운영은 서울시 산하 시설관리공단이 맡게 된다.

고 시장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과 관련해 “원지동 일대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모공원 내 매점 및 수목관리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맡기고 참배객이 몰리는 기간에 추모공원과 인근 지하철역을 잇는 특별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고 시장은 또 연내 착공 예정인 추모공원 외에 10∼15기의 화장로를 갖춘 화장장 2곳을 시내에 추가 건립해 동 서 남(원지동) 북(경기 벽제) 등 4개 권역별로 화장장을 확보키로 하고 2005년과 2010년경 순차적으로 착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초구는 서울시의 공식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며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여서 연내 착공 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이날 ‘서초구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장개협’이라는 급조된 시민단체를 등에 업고 해당 지역 구청장과는 단 1분도 협의 없이 모든 일을 진행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비민주적 밀실행정에 의한 제2화장장 건립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서초구는 또 화장장 부지로 선정된 개나리골 일대를 9일 일반인들의 등산코스인 삼림욕장으로 개장하는 한편 국방 군사목적 이외에 그린벨트 개발을 제한하는 내용의 자체 조례안을 공포함으로써 맞불을 놓았다.

이와 별도로 주민들은 대책회의를 통해 청계산 등산로 봉쇄, 차량을 동원한 고속도로 점거시위, 정부청사와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