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 뚫고 들어간 부산진소방서 소방관들

  • 입력 2001년 3월 6일 10시 18분


서울지역 소방관 6명의 '살신성인'으로 전국이 애도의 물결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부산지역에서도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주민 10명을 구조해 또 한번 국민을 감동시키고 있다.

5일 오후 7시 3분 화재 신고를 받은 부산진소방서 소방관들은 7시 10분 부산시 범전동 가구공장 화재현장에 도착했다.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 가구공장은 이미 불길에 싸여있었고 불길은 옆 다세대 주택으로 옮겨붙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주택 안에 사람이 있다고 판단, 위험을 마다않고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불길이 번지기 시작한 집안에는 이미 연기가 가득차 있었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했던 배경호 소방관은 "당시 연기 때문에 주택 내부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연기따위가 소방관들의 구조활동에 장해가 될 수는 없었다.

소방관들은 연기투시기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자욱한 연기를 뚫고 땅바닥에 엎드려 손으로 더듬어가며 주택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가구공장에서는 시너, 에나멜 등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의 연기는 눈을 아무리 감아도 눈물이 쏟아지고 따가울 정도였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눈을 감고 자세를 낮춰 오로지 손의 감각에만 의존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당시 현장에는 주민들 10여명이 연기 때문에 질식해 가고 있었고 소방관들은 이들을 모두 업고 나와 구조했다.

이 가운데 90살 김수암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연기로 인한 질식으로 숨졌다.

배경호소방관은 "지난 4일 소방관 6명의 살신성인 얘기를 듣고도 우리 소방관들은 전혀 거리낌없이 화재현장으로 뛰어들었다"며 "모든 화재상황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일했다"고 말했다.

이날 불은 모든 가구와 목재, 다세대주택의 건물 벽면, 창문 등을 태워 3500만원(소방서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이 가구공장이 지은지 오래돼 전기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목격자 박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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