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넷중독 중학생 친동생 살해

  • 입력 2001년 3월 5일 19시 07분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던 중학생이 초등학생인 동생을 살해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5일 오전 7시20분경 광주 동구 계림동 A아파트 양모씨(41) 집 안방에서 양씨의 둘째아들(11·초등교 4년)이 흉기에 목이 찔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양씨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아내와 함께 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양씨는 “심야 영업을 마치고 이날 귀가하니 둘째가 안방 침대 위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양씨의 큰아들(15·중학 3년)이 이날 오전 7시반경 광주 북구 유동 H백화점 앞에서 같은 학교 친구를 만나 “내가 동생을 죽였다.

채팅으로 알게 된 대구의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말한 점으로 미루어 동생을 살해한 뒤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군은 지난달 3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일기 형식으로 “살인이라는 걸 꼭 해보고 싶은데…. 평범함을 벗어나고 싶고…”라는 글을 적어 놓았다.

양군은 또 ‘자기 소개란’에 “앞으로 삶의 계획은? 세상을 즐겁게 살구, 군대 갔다 와서 살인을 맘껏 즐기는 것! 침대 밑에는 할인점에서 구입한 도끼 등을 숨겨 놓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양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롤플레잉게임인 ‘이스이터널’ ‘영웅전설’ 등에 심취해 있었고 최근에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온라인 게임 ‘조선협객전’을 즐기는 등 하루 3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군이 벗어놓은 옷에서 동생의 혈흔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양군이 게임공간과 현실의 자신을 착각해 동생을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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