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카지노' 의혹]무작정 수백억 투자 했을까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36분


한무컨벤션㈜은 무얼 믿고 정부의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을 들여 카지노장을 설치했을까.

이 회사가 호텔 건축 공사비를 포함해 카지노장 설치에 들인 비용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 물론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은 외국인 전용호텔인 오크우드 호텔을 세우는 데 썼다.

그러나 한무컨벤션측은 적어도 수백억원대를 카지노 사업에 투자했거나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고의 카지노 시설을 갖추는 것이 당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사가 추진중인 카지노는 조명과 실내장식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고급 수준. 또 이 회사 관계자는 “슬롯머신 등 게임 기구도 최고급으로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처럼 거액을 들여 카지노 사업을 추진해 온 배경에 대해 “외화 획득 등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정부에서는 신규 카지노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고 그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호텔 및 카지노업계에서는 이같은 말에 고개를 젓고 있다. ‘카지노 허가를 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위’만 믿고 수백억원대의 카지노장 설치를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가가 안 나오면 수백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판인데 믿는 구석이 없이 그런 무모한 일을 추진할 사업가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문화부 연간 업무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부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1, 2곳의 개설 허가를 검토 중’이라고 말한 이후 특급 호텔들이 카지노 사업을 본격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호텔업계에서는 서울의 R, L, M, S, 또다른 S 등 특급 호텔들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치하기 위해 사업 검토를 상당히 진척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떤 호텔은 이미 카지노 부대시설을 일부 설치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으나 해당 호텔들은 카지노 사업 추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카지노관광업계에 따르면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99년 매출액이 총 2994억원에 달했을 정도로 카지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이 때문에 문민정부 시절 서울 강남의 H호텔 업자는 잠실 롯데월드 지하 매장을 임대해 카지노장 설치를 추진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는 바람에 초기 투자비 수십억원을 날리고 끝내 부도를 낸 일도 있다.

따라서 한무컨벤션측이 수백억원대를 투자한 배경에는 정치권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로 카지노 업계에서는 이 회사와 가까운 유력 정치인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각 정당과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카지노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부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돈을 쓰는 로비는 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정관계 인사에게서 허가를 내주겠다는 언질이나 내인가를 받지 않았느냐는 의혹에 대해 이 회사 김용식(金勇植·54)회장은 “절대 그런 일은 없다”며 “정부가 사업자 모집 신청 공고를 내면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사업권을 따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카지노는 외화 획득 측면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사업 중 하나”라며 “철저하게 내국인 입장을 차단하고 벌어들인 외화가 불법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게 제도를 잘 운영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고(故) 김창원 신진자동차(대우자동차 전신) 회장의 넷째 아들. 김회장은 주차장 관리업체인 동전실업과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인 동전개발의 대표다. 동전실업은 88년부터 99년까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의 주차장을 관리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