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교수, 통일교재 이적성시비 무죄선고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31분


초등학생용 통일교재 ‘나는야 통일1세대’의 이적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97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이 책의 저자 한국외국어대 이장희(李長熙·51·사진)교수가 3년여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지법 형사4단독 박용규(朴龍奎)판사는 23일 이적표현물을 제작, 배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교수와 천재교육 출판사 전 직원 김지화씨(30)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예민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제작된 점을 감안하다 하더라도 책의 표현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가보안법 7조 찬양, 고무죄는 국가존립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등 극히 제한적 범위에만 적용돼야 한다”며 “책의 표현이나 제작동기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적성이나 찬양, 고무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무죄선고 직후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 등이 그대로 표현돼 있는 등 북한에서 오히려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을 법한 책이 대선을 앞두고 일부 극우언론과 구 공안세력의 문제제기로 사건화됐다”며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 무리하게 기소했고 국가보안법 자체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을 통해 명백히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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