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 동아건설 7000억 분식회계 은폐 의혹

  • 입력 2001년 2월 12일 22시 51분


삼일회계법인이 2년여전 스스로 찾아낸 70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을 외면한채 동아건설을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회계 전문가들은 분식회계 부분이 반영되면 ‘청산’이 아닌 ‘존속’의견이 나올 수도 있었다며 재실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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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삼일의 회계 담당자는 이번 실사때 2년여전 삼일의 실사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며 고의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아건설에 대해 법원의 의뢰를 받아 자산 부채 상태를 실사한 결과 ‘청산’ 의견을 3일 제출했다.

그러나 삼일측은 1998년 6월 워크아웃 결정을 앞두고 벌인 실사에서 찾아낸 분식회계 결과를 올해 실사때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삼일은 98년 실사에서 △리비아공사 매출과대계상 2192억원 △국내공사 매출과다계상 1291억원 △사우디 주택공사 미수금감액 240억원 등 분식회계처리된 7000여억원을 포함한 총 1조6321억원 규모의 분식사실을 지적했었다.

이에 따라 동아건설은 당시 일부 회수 가능금액을 제외하고 약 1조1000여억원의 손실을 98년 결산에 반영했다.

이번 실사를 담당한 삼일측 회계담당자는 “98년 삼일이 작성한 실사보고서를 보지 못해 동아건설이 그 기간 중 분식회계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분식여부를 알았다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공인회계사는 “실사를 위해 이전의 보고서를 읽어보는 것은 기본”이라며 “또 1998년에 발견한 분식을 2000년엔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98년 결산감사보고서에도 분식됐음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전기수정오류손실’이 7000억원이 넘는 만큼 ‘분식’을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는 설명이다.

삼일은 동아건설에 대해 계속기업가치를 1조4750억원, 청산가치를 1조6693억원으로 평가했으나 지난해 3월 채무재조정을 위한 안진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선 계속기업가치가 약 4조원, 청산가치가 약 1조7000억원으로 나타났었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작으면 청산이 유리하고,반대로 계속기업가치가 더 크면 존속이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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