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연루설 대형사건 의혹만 남긴채 해 넘긴다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47분


올 한해 검찰이 수사한 대형사건 가운데 시작만 있고 끝이 없어 의혹이 남는 사건들 적지 않다.

이같은 미제(未濟)사건은 대부분 현역의원 등 정치인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됐거나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5월부터 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해 로비스트 최만석씨(59·수배 중)와 황명수(黃明秀)전 의원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96년 15대 총선 전 안기부 모(母)계좌에서 수백억원이 인출돼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후보들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수사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복잡해 확인할 것이 많아 시간이 걸린다”며 “내년 1월 중 수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명의 야당 정치인이 사건에 연루돼 있어 검찰이 독자적인 결정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여당이 정치 상황을 고려하느라 사법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9월 금융감독위원회의 고발에 따른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의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수사도 당초 연내 처리방침이 세워졌으나 내년으로 미뤄졌다.

대우그룹 임직원 등 피고발자가 50명이 넘고 관련 자료가 방대해 조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검찰의 해명이다.

올해 하반기에 잇달아 터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수사도 의혹만 남긴 채 해를 넘기게 됐다.

검찰은 8월 말부터 한빛은행 관악지점에서 아크월드 등에 불법 대출된 466억원의 사용처를 추적했으나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기소)씨 등 사건 관련자들이 정치권 인사와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대출압력 대가로 정치권에 대출금 중 일부가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밝혀진 것은 없다.

또 검찰은 최근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32)사장과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부회장,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27)씨 등 ‘정현준 진승현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수사결과도 발표하지 않았다.

동아건설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국회의원 등 100여명의 후보자에게 10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뿌린 사건은 검찰이 수사를 시작도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여론에 몰려 정현준 진승현 사건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다 보니 수사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며 “내년에 본격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종대·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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