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줄이 막혔다]기업자금난 왜 왔나?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45분


“대출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은행이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10∼20%만 상환하면 모두 연장이 됐지만 일부에서는 전액 상환까지 요구하고 있어 자금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15대 그룹 계열사의 자금담당 이사).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거의 대부분 막혔다. 은행은 대출을 꺼리고 회사채시장은 개점휴업인 실정이며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은행 김한성 조사역은 “IMF 때는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작년에는 유상증자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모두 막혀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자금 사정이 사상 최악으로 나빠진 것은 ‘3가지 실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기업부실에 따른 신용도 추락이다. 한보철강 기아자동차 대우 현대건설 동아건설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마저 줄줄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면서 대출시장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

둘째, 은행과 은행원의 보신주의다.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높여 살아남기 위해 신규대출이나 회사채 매입을 최대한 줄이고 기존대출도 상환을 독촉하고 있다. “대출해준 기업이 부도날 경우 책임을 묻는데 무리해서 대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한 은행원의 말은 명예퇴직으로 뒤숭숭한 은행권의 복지부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셋째, 정책의 실패다. 지난해 대우그룹 문제를 원칙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하이일드펀드나 CBO(후순위채)펀드를 통해 덮었다. 이 하이일드, CBO펀드의 만기가 연말부터 집중됨으로써 기업자금 사정을 극한 상황으로까지 몰아넣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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