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클린신고센터'에 접수된 공무원들 '양심'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38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동에 사는 한 할아버지(80)가 6월경 분실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다.

담당 9급공무원 박모씨(28·여)는 친절한 도움에 고마움을 느낀 노인은 손녀뻘 여공무원에게 "날도 더운데 음료수나 들고 하지"하며 '거금' 5000원을 내놓았다. 박씨는 얼굴을 붉히며 사양했지만 노인은 던져놓고 동사무소를 나가버렸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민원인으로부터 어쩔 수 없이 금품을 받았을 경우 자진신고토록 한 '클린신고센터'에 비친 민원풍속도의 한 단면이다. 물론 '자진신고'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이 받은 수억원의 떡값과는 대조를 이룬다.

은평구 7급공무원 오모씨는 3월경 정신지체 장애인 자녀를 돌봐준 데 고마움을 느낀 장애인의 어머니로부터 참깨봉지와 2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 장애인 수첩 발급을 의뢰하면서 2만원 상당의 시계를 우편으로 보내거나 등산길 쓰레기 수거작업 도중 한 등산객이 "고생한다"며 10만원을 건넨 경우도 있었다.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클린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총 46건. '감사 표시'가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업무관련 청탁은 17건이었다. 액수는 5000원에서 한 민원인이 나무를 무단으로 벌채하다가 적발돼 잘 봐달라며 건넨 100만원까지 다양했다. '감사표시'로 건넨 액수는 몇만원 선이 대부분. 자진 신고된 현금과 물품은 제공자가 확인될 경우 곧바로 되돌려 주지만 확인되지 않을 경우 2주간 공고후 유실물로 처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고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몇몇 불미스러운 공무원들 때문에 대다수 양심적인 공무원들이 매도되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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