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부 진씨 비호 의혹파문…'숨은 손' 과연 있나?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44분


검찰이 30일 김은성(金銀星)국가정보원 제2차장의 MCI대표 진승현(陳承鉉)씨 ‘구명운동’ 사실을 부분적으로 시인함에 따라 진씨 비호세력의 실체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검찰이 김차장의 사건 개입을 ‘단순한 수사 상황 문의’로 호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해명〓검찰의 주장은 한마디로 김차장이 수사상황을 검찰에 문의했을 뿐 조직적으로 진씨의 구명운동을 벌인 것은 아니라는 것.

대검 고위관계자는 김차장의 딸과 진씨 사이에 혼담이 오갔던 사실을 소개하면서 “그 양반(김차장)이야 (진씨 사건이) 가벼운 사안이면 잘 처리되도록 하고 싶었겠지만 진씨 아랫사람들이 구속돼 있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그걸로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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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의 다른 관계자는 “(김차장에게) ‘그런 놈(진씨) 사위 삼지 말라’고 충고했다”며 김차장과의 전화통화를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다. 그는 또 “전화통화 이후에도 수사 방침에 변화가 전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진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 관계자도 “우리가 외부 압력을 받았다면 진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수배까지 했겠느냐”며 “구명운동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임 검사가 ‘진씨를 못잡는다고 질책하는 언론보도 때문에 힘들다’고 한 푸념이 ‘외부 압력 때문에 힘들다’는 말로 와전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한나라당의 의혹제기〓한나라당은 검찰의 해명을 진씨 비호세력의 실체를 흐리기 위한 ‘물타기’로 간주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김차장의 옛 국정원 동료인 김재환씨(55)가 진씨에 대한 금감원 조사가 진행되던 7월26일 MCI코리아 대표이사를 맡게 된 것을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금융계 및 법조계에 발이 넓은 김차장에게 접근해 진씨 사건을 적당히 무마해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MCI코리아의 등기부 등본을 보면 김씨는 취임 후 3개월도 안된 10월20일 사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씨가 회사 경영보다는 특정 임무를 부여받고 MCI코리아 대표이사가 됐을 것으로 한나라당은 추론하고 있다.

진씨 사건 주임검사와 대학 동창인 국정원 직원들이 9월경 주임검사를 찾아간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 김차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부하 직원들을 진씨 ‘구명운동’에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국정원 직원의 한 친구는 “국정원 직원들이 주임검사에게 진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송인수·이명건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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