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인출사태 리젠트종금]전화해약 빗발…창구 한산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59분


‘조용한 객장, 계속되는 예금인출.’

28일 수원 팔달구 리젠트종금 본점 1층 객장은 자금 인출사태가 빚어졌다는 보도와는 달리 한산했다. 오전 9시반부터 낮 12시까지 10명 정도만 방문했을 뿐이다. 고객보다 취재기자가 더 많을 정도였다.

10년간 경수종금(리젠트종금의 전신)과 거래했다는 김모씨(69·농업)는 “농지보상 대금 5000만원을 맡겼는데 어찌할 바를 몰라 통장정리도 할 겸 객장 분위기를 보러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취재진에게 “어떻게 될 것 같으냐”며 전망을 물은 뒤 “신문을 꼼꼼히 봐야겠다”며 돌아갔다. 창구의 여직원들은 “언론보도가 앞서갔다”며 고객에게 예금 재예치를 권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25일 이후 1500억원이 빠져나간 리젠트종금에선 3일째 예금이 빠져나갔다.

리젠트종금이 밝힌 이날 오전 11시 현재 인출액은 200억원대. 이연원 경영기획팀 과장은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적금이 없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큰 금액”이라고 밝혔다. 그는 “27일까지 이틀동안 1500억원이 빠져나갔지만 2개 법인이 마침 만기가 된 3개월짜리 예금 1000억원을 찾아갔으며 일반고객 예금 중도해약은 500억원이었다”고 말했다.

이과장은 객장은 한산하지만 돈은 빠지는 ‘기현상’의 이유로 온라인 시스템 활용을 꼽았다. 거액을 맡긴 기업들이 전화로 해약신청을 하고 온라인으로 송금 받는다는 것이다.

2층 사무실에선 직원들이 거래 은행들에게 “MCI 코리아나 진승현씨는 리젠트종금의 경영엔 간여하지 않았으며 부당 대출된 600억원도 담보가 확보돼 있고 이자를 계속 받는 등 큰 문제가 없다”는 영어공문을 팩스로 보내고 있었다.

이날 만난 종금사 직원들은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운 리젠트그룹의 경영참여로 기대를 걸었는데 이미지 타격이 심각하다”며 “최종 결과를 봐야겠지만 (주가조작 혐의 등이)사실로 드러난다면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남궁식이사는 “리젠트종금이 올 상반기 엄격한 충담금 적립규정을 지키고도 70억원대 흑자가 날 정도로 종금업계에서 선두그룹을 지켜왔다”며 예금인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리젠트종금의 한 직원은 “2개 해외 펀드를 상대로 MCI 코리아에서 받은 KOL 주식 600만주를 매각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주당 9달러만 받을 수 있어도 리젠트종금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원〓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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